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벗어나고 싶은 시간은 언제나 더디 흐른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지구가 언제쯤 이 수렁같은 터널을 지날 것인지 아무도 모른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용을 써보지만 좀처럼 떠나가지 않는 바이러스의 마수는 집요하리만치 세상을 힘들게 한다. 영문도 모른 채 함께 진창에 빠진 담론의 주제가 ‘교육’이다. 정부와 교육부는 몇 차례 개학연기를 거듭한 끝에 이제는 더 이상 ‘수업일수’ 보전을 위해서도 가르치는 일을 멈출 수 없었던가 보다. 곧 온라인으로 개학하고 학년별로 순차적으로 시행하기로 하며 준비에 들어갔다. 대면수업은 무기한 연기하며 상황을 보아가며 결정할 모양이다. ‘공중보건’의 입장에서 적절한 결정으로 보인다.

4차산업혁명의 관점에서도 온라인교육은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교육이 정말로 하고 싶었던 일을 온라인교육이 성취할 수 있을까는 여러 가닥 생각거리를 남긴다. 대학의 전공교육과 기계적인 전달이 주요 학습목표일 때에는 상당히 효율적인 교육효과를 거둘 수도 있겠다. 생각의 틀이 아직 어리고 독립적인 판단에 미숙할 초등학생들과 중고등학생들을 위한 교육에는 선생님의 역할을 절대로 간과할 수가 없다. 선생님과 함께 호흡하고 서로 나누며 배우고 가르치는 일을 생략할 수가 없다. 교과목의 성적을 올리는 일을 온라인으로 할 수 있다 해도, 사람답게 자라도록 이끄는 일에 선생님의 손길을 덜어낼 방법이 없다. 오늘 우리가 처한 비상상황을 물론 이해하지만, 당국이 교육의 소임을 온라인수업으로 대체하듯 넘기지 않길 바란다.

사람은 모든 것으로부터 배운다. 바이러스가 그 어떤 무기보다 무서운 위협을 가져올 수 있음을 배우지 않았는가. 세상에 저렇게 많은 나라들이 있음에도 눈을 뜨지 않았을까. 대한민국이 선 위치에 대해서도 어린이들은 깨우치지 않았을까. 어른들이 나누는 생각들과 목소리에서도 무엇을 배웠을까. 언론은 무엇이며 정치는 무엇이고 의료와 과학은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챙기고 배울 가닥은 부지기수가 아닌가. 교과목의 이수와 수업일수에만 매달리기 보다 교육의 본질과 소임에 대해서 유연하게 판단하고 융통성있는 결정을 내릴 방법은 혹 없을까.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국민을 바이러스의 위협으로부터 지키는 일이 아닌가. 교육이 뒷전으로 밀리는 일은 없어야 하지만, 교육을 날짜 수로만 헤아리지 않았으면 한다.

보다 폭넓게 배우게 하자. 나라와 사회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로부터 오히려 더 잘 배우게 하자. 교육의 지평이 온 세상으로 향하게 하자. 나만 잘 사는 일로부터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게 하자. 아끼고 배려하며 돌아보고 함께 사는 일을 배우게 하자. 코로나19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어 가는지도 분명히 바라보게 하고 깨우치게 하자. 배움은 살아가면서 확인할 때 힘이 있게 마련이다. 안타깝지만, 다음 세대에겐 코로나19도 많은 것을 배우게 한다. 교육을 맡은 모든 분들이 힘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