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개학 재연기… 9일부터 순차적 ‘온라인 개학’에 수능도 연기
스마트폰·컴퓨터 없는 학생 많아
사상 초유 원격수업 차질 불가피
발달장애아·실습 교육 걸림돌에
보호자 없는 초등 저학년도 문제
수능 연기 부작용 등 최소화해야

코로나 사태로 개학 연기와 대학수능시험 연기 등 교육행정이 큰 혼돈속에 빠져들고 있다.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은 학생들의 학습능력 저하, 대학 입시 준비 차질 등 각종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다. <관련기사 4면>

교육부가 3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4차 휴업 명령과 탄력적 학사운영 및 원격수업 도입을 발표했다. 4월 6일로 예정했던 개학을 4월 9일로 연기하고, 고3·중3 학년부터 온라인으로 개학하기로 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은 2주 연기해 12월 3일 치르는 등 대입시 일정의 전면적인 변경을 골자로 하고 있다.

교육부는 학년별로 개학일 이후 이틀간을 원격수업 적응기간으로 정해 수업 콘텐츠와 플랫폼 활용법을 체험하도록 한 뒤 본격적인 원격수업을 진행할 방침이다. 학교는 이 기간에 온라인 개학식과 학습방법, 출결·평가 안내 등을 포함한 원격수업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한다.

온라인 개학은 한국 역사상 처음이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물론이고 교육 당국조차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예행 없이 맞게 됐다. 당국이 나름의 계획을 내놨지만 구체적이지 않아 사각지대가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온라인 수업을 들을 만한 스마트기기가 없는 학생들의 학습결손이다. 교육부가 학교 67%를 조사한 결과 스마트기기가 없는 학생은 17만명으로 파악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27일 내놓은 ‘2019 인터넷 이용실태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데스크톱이나 노트북, 태블릿PC 등 컴퓨터를 보유한 가구는 전체의 71.7%다. 10가구 가운데 3가구는 컴퓨터가 없다는 의미다.

지역별 컴퓨터 보유율 격차도 크다. 전남(51.6%)과 경남(58.5%), 강원(58.7%), 경북(59.0%) 등은 컴퓨터 보유율이 60%에도 미치지 못했다.

교육부는 각 학교가 보유한 스마트기기가 23만대고 교육부도 별도로 5만대를 보유해 학생들에게 스마트기기를 지원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통계가 보여주지 못하는 부분도 있다. 한 가정에 학생이 두 명인데 컴퓨터는 한 대만 있다면, 두 명이 동시에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기 어렵다. 한 명은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된다. 부모까지 재택근무로 컴퓨터를 써야 한다면 상황은 더 곤란해진다.

스마트기기가 있어도 온라인 수업 수강을 도와줄 보호자가 없다면 또 문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은 보호자가 없으면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게 불가능하다는 게 대부분 교사의 생각이다.

발달장애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을 수강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습이 중요한 직업계고나 예체능계 학교에서는 온라인 수업이 기존 수업의 대안이 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법적으로 원격수업을 실시할 수 없는 유치원은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유아교육법상 유치원은 원격교육을 허용하지 않는다. 사실상 무기한 개학 연기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긴급돌봄을 더욱 내실화하고, 휴업 연장 기간에 시도교육청과 협력해 학부모와 유치원을 대상으로 개정 누리과정과 연계한 놀이지원 자료를 안내하기로 했다.

4차 휴업 및 온라인 개학과 함께 대학수학능력시험까지 역대 네 번째로 연기됐다. 수능은 2주 연기해 12월 3일 실시하고, 수시 학생부 작성 마감도 16일 연기해 9월 16일까지 마치도록 했다. 

중간·기말고사가 미뤄지고 여름방학 기간이 단축되면서 학생들의 대입 준비기간과 교사의 학생부 기재·점검 및 진학상담 기간이 부족한 점을 고려한 조치다.

교육부는 수능일 연기 등을 반영한 대입전형일정 변경안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와 협의하고 이달 중 확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교육계는 5주간 개학 연기와 원격 수업 도입, 온라인 개학 등 과거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했다”며 “익숙했던 교실 수업의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 지금이 교육계가 함께 새로운 상상력과 용기를 발휘해 학교교육의 미래를 열어갈 때”라고 강조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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