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학사 일정 변경

성적 중위권 학생 시간 관리 타격
“수능 전념 재수생 유리” 목소리

사상 초유의 신학기 연기에 이어 온라인 개학, 12월 수능 시행까지 대입 주요일정 변경으로 인해 고3 수험생들이 큰 혼란에 빠졌다. 코로나19 사태로 한 달 가까이 수업 공백이 생긴 데다 오는 9일 개학 이후에도 사상 처음으로 도입되는 온라인 수업이 진행돼 대입 준비에 차질이 우려된다.

교육부는 다음달 9일부터 고3 학생들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원격수업을 토대로 한 온라인 개학을 시행하겠다고 31일 밝혔다. 신학기 개학일 확정에 따라 올해 시행되는 2021학년도 수능일도 2주 연기된 12월 3일로 정해졌다. 수시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마감일도 9월 16일로 미뤄졌다.

잇단 학사 일정 변경으로 고3 수험생들은 어느 때보다도 공부에 집중해야 할 시기에 학업 집중도가 떨어져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포항고 3학년 김모(18)군은 “개학이 연기되면서 매일 집에서 자율적으로 학습하다 보니 공부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긴장도 많이 풀어졌다”며 “수능 시험은 연기됐지만 처음 겪어보는 온라인 수업으로 어떻게 입시를 준비해야 할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또 “수시로 대학을 가려면 학생부 내용이 중요한데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면 동아리 활동이나 교외 봉사 활동을 할 수 없어 학생부 내용이 부실해 질 수 있다”고 걱정했다.

수시·정시 입시전략 수립도 비상
동아리·교외봉사 활동 못해 걱정

정시를 준비하고 있는 영신고 3학년 정모(18)군은 “재수생들은 학사 일정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입시 준비에 전념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고3 수험생들이 불리한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진학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은 특히 성적 중위권 학생들이 입시 준비에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포항고 진학지도 교사 A씨(48)는 “재학생들을 상대로 화상·전화 상담을 계속해오고 있는데 최상위권 학생들은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중상위권·중위권 학생들은 시간 관리 등에서 타격을 받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위권 학생들은 교사가 지도해주면 충분히 성적이 더 오를 수 있는데 집에서 자율적으로 학습하다 보니 방향을 잡지 못하고 헤매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포항이동고 B교사는 “현행 대입 제도에서는 수시·정시 등 입시전략이 매우 중요하고, 일선 교사들의 진학지도 방법도 큰 영향을 미친다”며 “수업 공백으로 불안감을 느끼는 수험생들에 대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입시 전문가들 역시 온라인 개학과 수능 연기 조치가 재수생들보다 고3 학생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대구 송원학원 관계자는 “고3 학생 대부분이 현재 수시에 지원할지, 정시로 대학을 가야 할지 개인별 입시 전략도 짜지 못한 상태”라며 “한 달 이상 이어진 수업 결손과 어수선한 학교 분위기 등으로 인해 올해 대입에서는 재수생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김민정기자 mjkim@kbam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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