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파견 한달… ‘코로나 19’ 최전선에서 뛴 숨은 영웅들의 의병(醫兵) 활동
대구·경북, 파견 공보의 200~800여 명 ‘맹활약’
방호복으로 완전무장한 채 쉴틈 없이 검체 채취
환자 이송·자가격리자 돌봄까지 방역 파수꾼으로
“간식거리·손편지 보내준 분들께 감사 전하고파”

대구 동구 방촌데이케어센터에서 공중보건의 5명이 묵묵히 노인들의 검체 활동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가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확산되면서 공중보건의들이 대거 파견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대구·경북지역에 파견된 공보의는 적게는 200여명에서 많을 때는 800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는데 맹활약을 펼쳤다. 이러한 공보의들의 이른바 ‘의병(醫兵)활동’이 아니었다면 급격이라는 말밖에는 표현되지 않는 확진자 폭증세가 최근 20여명 이하로 대폭 감소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평가다.

26일 경남도와 충청도, 전라도 출신 5명의 공보의가 쉴틈 없이 검체활동을 하는 대구 동구 동촌로 방촌데이케어센터를 찾았다.

이곳에는 자가격리자나 기저질환을 가진 83명 노인들의 검체작업이 실시되고 있었다. 공보의들은 방호복으로 완전 무장한 채 능숙하게 검체를 진행해 어떤 표정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절도있는 모습에서 안심하기에 충분하다고 느꼈다. 방문자 전원의 검체를 끝낸 뒤 방호복을 벗는 모습도 절도가 느껴지며 수식화된 정형을 보는 듯 정교했다. 또한 방호복을 벗은 뒤 소독약으로 여기저기 씻어내는 모습은 지켜보는 이들이 아무말 없이 바라볼 수밖에 없게 만드는 종교적 행사처럼 여겨졌다. 등 뒤로 비치는 땀범벅은 이들이 벌이는 사투가 소리없는 전쟁임을 대신 말해줬다.

5명의 공보의 중에서 경남 양산출신의 이근호(29) 공보의와 간단한 대화를 나눌 기회를 잡았다.

20대의 풋풋하고 앳된 얼굴을 하고 있는 이근호 공보의는 “처음 대구에 도착했을 때 선별진료소에 20여명이 코로나19 검사를 요구하며 보건소 문을 두드리는 모습을 볼 때 너무나 충격적이었다”며 “재난 영화에서나 봤던 모습이 눈앞에서 재현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고 첫 공보의 근무 때를 회상했다. 또 “숙소에서 편의점으로 가는 길이 텅텅 비어 있고 가게의 문도 거의 닫아 인적이 드물어 이상하다고 생각할 정도였지만, 나중에야 대구시민들이 이동 자제를 실시한 결과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이곳이 대구의 제일 번화가인 동성로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고 전했다.

너무나 많은 확진자로 인해 정부의 지시나 대처하는 방법이 없어 혼란을 겪기도 했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정부와 의사협회 등에서 기본적인 매뉴얼이 나왔고 공보의들의 업무도 조금은 규격화되기 시작했다. 이 공보의는 “처음 2주 동안에는 거의 밤 10시까지 검체와 환자 이송, 자가격리자 등을 돌보며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를 정도였다”며 “요즘 대구 지역 코로나19가 좀 잠잠해지면서 자가격리 중인 분들을 위해 방문검진을 가는 길에 활짝 핀 벚꽃을 잠깐이라도 구경하는 여유를 부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장 어려운 점이 뭐냐는 질문에 “매일 저녁식사를 배달 음식으로 때우는 것이 가장 힘들다”면서 “한 달 가까이 배달 음식만 먹다 보니 이제 조금은 질리는 상황”이라고 멋쩍게 웃었다. 이어 “동구보건소 기둥에 붙어 있는 외국인학교 학생의 감사 편지를 볼 때마다 또 다른 사명감이 샘솟는다”며 “각종 간식거리를 보내주신 여러 시민에게 이번 기회에 꼭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근호<사진> 공보의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대구에 와서 한 번도 뵙지 못한 대구 친인척 분들을 만나러 가고 싶다”며 “코로나19가 박멸된 후 팔공산을 비롯한 둘러보지 못한 대구의 명소 여기저기를 꼭 찾아보고 싶다”고 작은 소망을 언급했다.

앞으로 성형외과를 전공하고 싶다는 이근호 공보의는 “대구 시민들이 조금만 더 힘을 내면 코로나19는 반드시 극복될 것”이라며 “공보의로서 맡은 일에 충실하면서 대구시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힘을 보태겠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김영태·김재욱기자

    김영태·김재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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