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대 철

산을 넘었습니다

들로 오시지요 할머니

까마귀 떼 속으로요

할머니께서 처녀적 꿈 얘기를 하신 그 가을날 한 마리씩 산 넘어간 까마귀들 여기 다 모여 있네요. 발갛게 달아오른 지평선, 실개울 타다 남은 하얀 실연기 자국, 그 아래 잠겨가는 마을에서 해를 품고 살고 싶다 하셨지요? 들 가운데 까마귀떼 내리는 곳이 그 마을 아니겠냐 하셨지요?

까마귀떼는 마을과 거리를 두고

들고 넘어가네요

까마귀 날개 밑에

할머니의 지평선 마을이 깃들어 있었네요

들로 오시지요 할머니

다시 날아오는 까마귀 떼 속으로요

시인이 연출해 내는 지평선 마을은 들 가운데 까마귀가 내리는 곳에 있다. 통상 까마귀는 흉조로 등장하지만 이 시에서는 할머니라는 모성과 잘 어우러지는 존재로 등장함을 본다. 시인은 정겹고 따사로움이 있는 평화로운 안식의 공간으로서 까마귀가 날아오는 지평선 마을을 펼쳐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