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6일 공개한 정기 재산변동 상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청와대와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중 30% 이상이 다주택 보유자로 드러났다. 국회의원들도 2주택 이상 다주택자가 100명으로 비슷했다. 이런 판에 정부가 제아무리 부동산 안정을 위한 정책을 부르짖어도 씨알이 먹힐 리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솔선수범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부동산 정책이 백가쟁명인들 무슨 소용이 있을 것인가 하는 지적인 것이다.

청와대의 재산공개 대상 참모 49명 중 32.7%에 해당하는 16명이 다주택자였다. 이는 문재인 정부 첫 정기 재산신고 때(14명)보다도 더 많고, 47명 중 13명(27.7%)이었던 2018년 재산공개 당시보다 오히려 늘어난 비율이다. 지난해 12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이 수도권에 다주택 보유 청와대 참모들에게 6개월 이내에 1채를 제외하고 처분하라고 한 권고의 진정성을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전체 중앙부처 고위공무원 750명 가운데서도 33.1%인 248명이 다주택자로 집계됐다. 3주택자 이상도 52명에 달했다. ‘강남 3구’에만 두 채 이상을 가진 공직자들도 있었다.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과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의 경우다. 20대 국회의원 가운데 서울 강남·송파·서초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주택을 한 채 이상 보유한 의원은 71명이었다. 주택 외에 상가 건물들을 보유한 ‘건물주’ 의원들은 93명이었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누구든 재산의 많고 적음을 무턱대고 시비하는 것은 불합리한 비판일 수 있다. 그러나 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핵심 인사들이 ‘말 따로 행동 따로’의 모순을 보여주는 것은 문제다. 더욱이 불안정한 부동산 시장을 바로잡겠다며 멸사봉공하는 척하는 제스처로 국민을 기만하려는 것까지 용서돼서는 안 된다. 부동산을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위정자들이 많다는 사실은 정책 신뢰성을 현격히 떨어뜨린다. 공직자로서 부끄러운 것은 잠시이고, 재산은 영원하다는 심보들인가. 무려 19차례나 부동산 규제대책을 쏟아내고도 효험을 별로 보지 못한 이유를 국민은 의심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