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감

자연의 꽃 잔치가 시작됐다. 큰봄까치꽃, 산수유, 박주가리에 이어 이제 벚꽃까지 만개를 위한 기지개를 한껏 켜고 있다. 그런데 학교는 꽃 잔치 대신 과제 잔치가 한창이다. 정확히 말해서는 과제 폭탄이다. 3월 둘째 주까지만 하더라도 코로나19 위력에 눌려 그 어떤 말도 없던 학교였다. 그런데 갑자기 학습 공백을 줄이겠다며 3월 셋째 주부터 과제 폭탄이 학생들에게 문자로 배달되었다. 그 폭탄이 터트린 것은 학습 의욕이 아니라 학교에 대한 불신이다.

과제 폭탄의 작태를 보면서 필자는 이 나라 교육계가 얼마나 일방적이고 권위적인지 거듭 확인했다. 물론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학생과의 그 어떤 공감대도 없이 그냥 문자 한 통으로 과제를 강제적으로 하라고 하면 과연 학생들은 순순히 할까!

학습자의 자율권을 존중한다고 하면서 아직도 이 나라 교육판엔 교육 당국의 일방적인 지시가 압도적으로 많다. 대표적인 것이 수행평가이며, 친절하게 반영비율까지 정해준다.

“성적을 산출하는 교과의 수행평가 반영비율은 학기말 배점 기준 50% 이상이 되도록 한다. 이때 수행평가는 과정 중심 평가를 원칙으로 하며 (….)” (‘학업성적 관리지침’ 중에서)

지침에서 보듯 수행평가는 과정 중심 평가가 원칙이다. 그런데 묻고 싶다. 과연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서 과정 중심 평가가 가능한지? 또 그 평가를 수행할 교사의 능력은 어떤지?

과정 중심 평가의 정의다. “과정 중심 평가는 서열과 경쟁을 심화시키는 결과평가에 반한 것으로 개별 학습자의 능력과 학습 발달 정도를 평가하고자 한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정의는 자연의 꽃 잔치보다 훨씬 아름다운 말 잔치이다. 하지만 자연의 꽃 잔치는 현실에서 우리가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어 감동을 주지만, 평가와 관련한 말 잔치는 실현 불가능한 이론에 지나지 않기에 감동은커녕 공교육에 대한 불신만 증폭시킨다.

얼마 전 중간고사를 수행평가로 대체하는 방안에 대해 이를 반대하는 학생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등장하였다. “수행평가는 교사들의 주관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데다가 (….)” 과연 교사들은 이 학생의 글에 대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수행평가로 대표되는 과정 중심 평가의 요소는 태도와 결과이다. 태도 평가는 주관적 요소가 많이 개입되기 때문에 몇몇 과목을 제외하고는 지침으로 평가 요소에서 배제했다. 그럼 남은 것은 결과다. 듣기 좋은 말로 과정 중심 평가이지 결국은 결과 평가, 과제 중심 평가이다.

수행평가 원칙은 과정 중심 평가이다. 그런데 실상은 학생들에게 결과에 대한 부담만 더 주고 있다. 물론 과제해결 과정에서 얻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더 많은 것이 수행평가 현실이다. 그렇다고 학생들이 기를 쓰고 한 과제를 제대로 평가하고, 피드백해준다면 모를까마는 과연 그렇게 하는 교사가 몇 될까? 피드백은커녕 점수 이의 제기를 권위로 뭉개는 교사가 부지기수인 것이 교육판이다.

괜히 학습 결손을 막는다고 학생들에게 과제 폭탄을 던지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수행)평가에 대해 재검토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