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종 경북대 교수
김규종 경북대 교수

<논어> ‘위령공편’에 “군자고궁 소인궁사람의”가 나온다. 군자는 어려움을 당하면 굳게 지키지만, 소인은 어려움을 당하면 함부로 행동한다는 말이다.

사람의 됨됨이는 어려운 지경이나 곤궁한 상황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강인한 정신력으로 무장한 사람은 끝까지 어려움을 견디지만, 대다수는 허둥대기 마련이다. 뛰어난 소수와 그렇지 못한 다수의 나뉨은 여기서도 선연하다.

코로나19로 세계 곳곳이 아우성이다. 중국에서 시작된 감염병이 오대양 육대주로 퍼져나간 것이다. 바이러스는 국경도 인종도 빈부귀천도 가리지 않는다. 외견상으로는 평등세상이 구현된 듯하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처럼 국민 전체가 의료보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경우에는 평등한 면모가 드러나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에서는 불평등이 극을 달린다.

의료 민영화로 인해 의료적 불평등과 아울러 미국에서는 사재기 광풍이 한창이라는 전갈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려고 미국인들은 식량과 물, 손 소독제와 마스크, 휴지와 약품을 챙기려고 떼 지어 상점으로 달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휴지를 차지하려고 매장에서 주먹다짐하는 사람들까지 있다는 얘기는 예사롭지 않다. 우리를 더욱 경악시키는 미국인들의 행태는 총기와 탄약의 매출이 급신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CNN 보도에 따르면, 최근 3주 동안 총기매출은 68%, 탄약매출은 309% 늘었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코로나19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해 정부기능이 마비되면 물자와 식량이 부족해지며, 약탈이 시작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영화 ‘컨테이젼’에 나온 상황이 재현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생존을 위해 이웃 사람이 나와 가족을 약탈할 경우를 대비해 총기와 탄약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총기류를 제외한 다른 물품의 사재기 현상은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신사의 나라로 한국인들에게 칭송받는 영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상파 보도에 따르면 영국인 간호사가 48시간 교대근무 이후 상점에 들렀지만, 사재기 때문에 텅 빈 매대를 보아야만 했다고 한다. 불과 48시간 생존을 위한 최소한도의 식료품 구입도 원활하지 않은 실정이다 보니 코로나19가 불러온 심리적 공황상태가 얼마나 우심한지 알 만하다.

이런 와중에 영국의 BBC를 위시한 외신이 ‘사재기 없는 나라’로 칭송하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코로나19가 가장 극심한 대구나 청도, 경산 어디서도 사재기 바람은 찾을 수 없다. 그 까닭을 나는 우리 국민의 상부상조 정신과 이웃사랑이라고 생각한다. 나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대구·경북을 도우려는 전국의 따사로운 손길에서 그것을 느낄 수 있다.

2천500년 전에 공자가 설파한 ‘군자고궁’ 정신은 세월이 흘러도 인류가 지켜나가야 할 미덕일 것이다.

국경과 인종과 역사와 문화를 떠나 우리 모두 한 형제임을 자각하면서 코로나19 사태를 슬기롭고 용감하게 극복해나가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