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
김정권 감독 “무라카미 수필처럼
일상의 소중함 힘빼고 연출”

예쁜 팬시 상품인 줄 알고 선물 포장을 뜯었는데, 낡은 물건들로 가득하다.

오는 25일 개봉하는 로맨스 영화 ‘사랑하고 있습니까’를 마주했을 때 느낌도 그렇다. 요즘 청춘남녀들의 달콤한 로맨스를 기대했다면 당혹감은 더 클 수 있다. 카페 알바생 소정(김소은)은 치매를 앓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하루하루를 씩씩하게 살아간다. 소정은 카페 마스터 승재(성훈)를 짝사랑하지만, 승재는 그런 소정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차갑게만 대한다.

사랑도, 디저트 만들기도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되지 않는 소정 앞에 어느 날사랑의 해답을 알려주는 기묘한 책이 나타나고, 그 뒤부터 마법 같은 일들이 벌어진다.

큰 줄기는 동화 같은 판타지 멜로물이다. 그러나 시류에 한참 뒤떨어진 캐릭터와 대사, 에피소드, 클리셰로 범벅돼있어 마법의 효력이 객석까지 전해지지는 않는다. 영화를 보다 보면 복고풍도 아닌 것이, 과연 21세기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다. 김하늘·유지태 주연 판타지 멜로 ‘동감’(2000)으로 주목받은 김정권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처럼 일상의 소중함을 힘 빼고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꽁꽁 얼어붙은 극장가에 단비가 될지, 아니면 관객들로 하여금 굳이 극장을 찾아 마스크를 쓰고 봐야 하는 수고로움을 곱씹게 만들지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