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증 식

일흔일곱 한 생이

훌쩍 등 돌려 떠난 자리

열여섯 새색시로 만나

한평생 손마디로 굳어버린

은가락지 한 쌍과

칠순 때 시집간 딸이 끼워준

두 돈짜리 금가락지 하나

등껍질로 깔고 누운 담요 밑엔

일금 사만칠천삼백 원이 든

우체국 통장도 하나

강 건너는 영혼 앞에

한 가지씩 나눠 들고

사형제 엎드려 곡소리 높다

시집 올 때 낀 은가락지 한 쌍과 칠순 잔치 때 받은 금가락지 하나, 우체국 통장 하나를 남기고 어머니는 가셨다. 그것은 파란 많은 한 생을 피땀 흘리며 사랑과 정성을 다해 사형제를 키워낸 어머니의 거룩하고 위대한 유산이 아닐 수 없으리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