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진 하

삼십 년 만에 만나 배불뚝이 동창생 녀석이

눈을 똥그랗게 뜨고 말했다

“예나 이제나 고향 우시장(牛市場)에 박힌

말뚝처럼 비쩍 마른 건 여전하구나!”

평생 내 삶을 괴어온

내 안에 살아 계신 이가 불쑥 나서며

이렇게 날 변호하는 것이었다

“비쩍 마른 말뚝임엔 틀림없으나

하늘과 땅을 잇는 말뚝이라네!”

삼십 년 만에 만난 동창생이 던진 말에 시인은 미소 지으며 한마디 말로 대꾸를 하고 있다. 왜 시인은 자신을 ‘하늘과 땅을 잇는 말뚝’이라 답했을까. 시인은 하나님의 음성을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목사이기 때문이리라. 고진하 시인은 친구의 말처럼 비쩍 마른 편의 시를 쓰는 기독교 목회자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