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테스는 의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의사다. 질병을 하늘이 내린 천벌로 여겼던 당시, 질병을 물리쳤던 히포크라테스의 의술은 괴력의 헤라클래스의 힘과 견줄만 했다. 2천500년 세월동안 아리스토텔레스가 철학사상에 영향을 끼쳤다면 히포크라테스는 의학사상에 그만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히포크라테스 전집’은 고대에서 시작하여 19세기에 이르기까지 서양의학계가 공인한 서적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유명구절도 이 전집에서 나온다. 이 구절은 본래 히포크라테스가 “인생은 짧고 의술은 길다”라고 표현했던 것이 와전됐다는 논란이 나오면서 더 유명해진 글귀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지금도 많은 의학도가 의사의 길을 가기 전 가슴에 새기는 글귀다. 히포크라테스가 전한 의사의 윤리 지침을 근간으로 만들어졌다. 의사로서 생애를 인류봉사에 바칠 것을 엄숙히 선서하는 것 등 의사가 평생 지켜야 할 덕목을 담아놓았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인종과 종교, 국적, 정당정파를 초월하여 오직 환자에 대한 나의 의무를 지키겠다고 한 내용이다. 의사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생명존중이 의술의 모두라는 것이다.

‘밀림의 성자’로 불리는 슈바이처는 서른 살에 의학 공부를 시작하여 의사의 길을 갔다. 더운 아프리카에서 병에 걸려도 병원에 가지 못해 죽어가는 사람을 구하고자 모든 것을 벗어 던지고 그곳에서 질병을 치료하며 평생을 바친다. 신학자, 철학자, 음악가인 그에게 헌신적 삶을 살게 한 것은 바로 인간생명 존중의 가치 때문일 것이다.

대구경북 코로나19 현장에 자원봉사 의료진이 속속 찾아온다고 한다.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