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가히 광풍이다.‘코로나19’가 온 나라를 삼켜버렸다. 깊은 우려와 함께 높은 관심이 치솟는다. 날마다 알려지는 확진자 숫자는 위험이 순간순간 내게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걱정하게 만든다. 대구와 경북은 초유의 위기를 만났고, 신천지와 대남병원은 진원이라는 의심을 산다. 초중고 학교들 개학이 연기됐지만, 일주일이 충분한가 의심스럽다. 새 학기를 앞둔 대학들도 개강을 미루거나 온라인강의로 대체하는 등 지혜를 모은다. 우리뿐 아니라 지구적 위기가 되어가는지 이란과 이탈리아, 급기야 미국에도 비상사태에 대비한다는 뉴스가 전해진다.

사람은 가장 어려울 때 진면목을 드러낸다. 사회도 마찬가지. 오늘처럼 힘든 일을 만나니 보수든 진보든 이념의 향배가 그리 힘을 쓰지 못한다. 총체적 위기 앞에 정치적 경향성은 별것이 아니었음을 드러내고 만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 앞에 생각의 차이를 드러내기보다 협력의 지혜를 모아가야 한다. 사실을 분명히 확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하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생각을 집중해야 한다. 정략으로 혼돈을 거듭할 일이 아니라 전문성으로 문제를 돌파해야 한다. 중국에서 시작했지만 시급한 과제는 신천지가 아닌가. 대구와 경북은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모든 일에 잘 대처하였는지 평가와 분석은 문제가 지나간 다음에 하기로 하자. 정부도 돌아볼 일이 있을 터이지만, 위기를 정략으로 대하는 당신이 더 문제가 아닌가.

정치와 선거는 내려놓기로 하자. 문제 앞에 이념이 힘을 잃듯이, 건강과 생명 앞에 정치와 선거는 또 무슨 소용인가. ‘코로나19’를 넘지 못하면, 국민에게 그 어떤 희망을 전할 수 있을까. 캐나다의 정치인 마이클 이그나티에프(Michael Ignatieff)는 “세상에는 정치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 많다”고 하면서 국민건강 과제는 정치적 담론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확인하였다.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며 애쓰는 의료진의 전문성을 믿어야 한다. 신천지교회가 잘못 대처한 일을 종교의 자유에 연결하는 실수도 문제가 아닌가. 특정교단을 차별함이 아니라 그들이 혹 이 모든 감염과 전파에 기여하지 않았을까 우려함이 아닌가.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눈에 보이는 위험과 실수는 반드시 규명하여야 한다. 해결책을 모색하는 노력을 지원해야 하며, 불필요한 정쟁은 거두어야 한다. 언론도 의견의 차이에 집중하기보다 위기극복을 위한 해결책에 집중했으면 한다.

위기는 지나간다. 어떻게 지나가게 할 것인지에 집중해야 하며, 지나간 시간을 붙들고 늘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어려움의 터널을 통과한 다음에, 또 닥칠지 모를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 모든 잘잘못을 돌아보고 평가해야 한다.‘코로나19’의 가파른 언덕을 넘은 다음, 정치와 선거의 문을 다시 열었으면 한다. 주장과 의견에 휘둘리기엔 심각함이 도를 넘는다. 해결과 극복에 집중할 수 있도록 모두의 지혜를 모으기로 하자. 힘내라, 대구경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