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마천의 사기(史記) 자객열전에 나오는 말 가운데 방약무인(傍若無人)이라는 표현이 있다. “곁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여긴다”는 뜻이다. 주위에 있는 다른 사람을 전혀 의식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할 때 쓰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기고만장(氣高萬丈)이나 안하무인(眼下無人), 오만방자(傲慢放恣) 등을 들 수 있겠다.

교만함의 사전적 뜻은 “남을 깔보고 자신을 높게 평가하여 반성함이 없고 우쭐거리는 마음”을 일컫는다. 그래서 교만은 예로부터 군자가 경계해야 할 도리로 여겨졌다. 공자는 “교만한 말과 아첨하는 사람치고 선한 이가 드물다”고 했다.

특히 종교적으로 교만은 죄악에 해당하는 개념이다. 성서에서는 교만함은 하나님의 은혜와 도움을 부인하는 최고의 범죄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불교에서도 자기 본성을 보지 못하고 헛것에 매달려 교만에 빠지는 것을 두고 어리석음이라 한다. 어리석음은 탐욕과 성냄과 더불어 삼독(三毒)이라 부른다.

사람만 교만한 것이 아니다. 권력도 교만해진다. 권력이 교만한 사례는 정치사에서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독재자들의 말로 등이 그렇다.

권력이 교만해지면 몇 가지 공통적 특징을 보인다. 듣기 좋은 말만 듣는다. 비판의 소리를 외면한다. 자기 독선적으로 바뀐다. 그리고 남 탓으로 돌리는 습성이 생긴다는 것이다.

최근 더불어 민주당이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교수를 검찰에 고발했던 것이 교만한 행동의 대표적 사례라 할만하다. 비판의 소리를 거부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은 정치적 망신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대한민국을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정부 여당의 독선적 결정이 국민보건을 망친다는 목소리가 높다. 권력은 민심을 경청하는 겸손함부터 먼저 배워야 한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