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경 동

네가 상처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가리봉으로 와. 아무도 없는 술집에서 뼈해장국 시키면

거기 네 설움이 울대째 넘어온 듯

퉁명스러운 감자 몇 알이 묻어 나올 거야

때 타고 흙먼지 묻었지만

씻겨 놓고 보면 말갛던 네 옛 친구들이

퍽퍽하니 목에 메일지도 몰라

어우러진 한 솥 펄펄 끓었어도

제각기 자란 토양 달라 한 맛내기 쉽잖던 시절

왜 우린 서로 뼈처럼 단단해지기만을 바랐을까

바람 불어 오거리 쓸쓸한 날

아무도 없는 해장국집 들러

다글다글 끓는 지난날 떠올리자면

거기 내 그리움도 얼큰히 풀려

고춧가루 서너 숟갈 더 퍼부어도 시원찮은데

….

시인은 뼈해장국을 먹으며 지난날 함께 노동운동에 나섰던 친구들을 떠올리고 있다. 떠나버린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익살스럽고 따스하게 전해지는 작품이다. 뼈처럼 단단하게 서서 견디며 사람 살만한 세상을 일으켜 세우자고 맹세했던 친구들과의 연대는 무너지고 꿈꿔오던 세상은 오지 않음을 개탄하며 흩어져버린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의 목소리를 듣는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