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유권자의 표심을 말할 때 ‘중도층’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정치적 중도층은 어떤 사람들인가. 중도(中途)층은 사전적 의미로 어느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고 중립을 지키는 온건층을 말한다. 정치적 중도층에도 진보에 약간 기운 중도좌파도 있고 보수에 약간 기운 중도우파도 있다. 바라다트는 이데올로기의 스펙트럼에도 중도를 보수와 진보의 중간에 위치시키고 있다. 한국과 같은 좌와 우, 진보와 보수가 극한 대립하는 정치풍토에서 중도는 상당한 정치적 함의를 지닌다. 중도층 획득여부에 선거의 사활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극한 대결의 정치를 혐오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중도층을 형성한다. 4·15 총선에서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부동층도 중도층에 해당된다. 중도층은 좌우익이라는 극단정치를 비판하면서 정치적 판단을 유보하는 유권자층이다. 이들은 극단적인 정치 행태를 비판하면서 양비론적 입장을 취한다. 이들은 표심을 잘 드러내지 않아 좌우의 열성 지지자들부터 기회주의자로 비판받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선거 막판에 지지 후보나 정당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정치적 무관심으로 투표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들 중도층을 대변하겠다는 정당이 수시로 등장했다가 사라진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안철수의 중도 정당은 38석을 얻어 제3당의 위상을 과시한 적도 있다. 중도 정당이 호남 지역주의를 교묘하게 결합한 결과이다. 이런 정치적 자산을 바탕으로 안철수는 지난 대선에 출마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과거 제3당인 자민련도 영남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성공을 거둔 적이 있다. 그러나 모두가 중도 제3당의 정치적 한계에 부딪쳐 해산되고 말았다. 중도 정당은 논리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열성적 지지기반이 취약하였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에서도 안철수의 국민의당이 또다시 출현하였지만 성공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4월15일 21대 총선이 눈앞에 성큼 다가왔다. 여야는 중도층 표심을 얻기 위한 선거 전략을 세우고 있다. 보수 야권은 미래통합당을 결성하여 개혁을 표방하여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여당 역시 개혁에다 보수적인 정책을 가미하여 중도 진보층의 표심을 노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중도층 표심을 의식하여 당의 정체성에 어긋나는 선거 공약을 표출할 것이다. 가령 보수당이 안보는 보수지만 경제는 진보를 내세우고, 진보는 개혁보다 민생과 안전을 우선하는 것 등이다. 그리하여 현대 정치에서 보수 진보 정당은 모두 ‘잡탕 정당’으로 변신할 수밖에 없다.

자유민주정치에서 정치적 안정을 위해서는 건전한 중도층이 요구된다. 그들이 정치 안정의 균형 추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과 같이 정치적 의리와 결속을 중시하는 패거리 정치에서는 중도의 길은 견지하기 어렵다. 더욱이 선명성을 가장한 흑백 정치가 판을 치는 정치에서는 중도적 유권자의 존립은 더욱 어렵다. 결국 중도 표심은 보수와 진보라는 진영논리를 거부하다 결국 막판 한쪽 진영으로 편입되기 쉽다. 이를 간취한 보수와 진보 정당은 4·15 총선에서 중도층 확보를 위한 치열한 전투를 전개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