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접촉력 없는 환자 다수
의사協 “지역사회 감염 확산 근거”

해외여행력도 없고 기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와 접촉한 적도 없는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을 반영한 방역대책 수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19일 대구시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 등에 따르면, 29·30·31번 환자는 해외여행력과 코로나19 확잔자와의 접촉력이 없는 사례다. 또 19일 서울 성동구에서 확진된 환자도 해외여행력과 확진자 접촉이 없었다. 아울러 대구·경북에서 무더기로 발생한 환자들 역시 해외여행력이나 확진자와의 접촉 이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31번 환자로부터 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확진자와 접촉한 적도 없는 사람들이 잇따라 확진되는 것은 사실상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입을 모은다.

대한의사협회는 “어디에서 감염됐는지 알 수 없는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객관적인 지역사회 감염 확산의 근거가 쌓이고 있다”며 “오염지역에 대한 여행이나 확진자와의 접촉 여부와 무관하게 코로나19 감염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이 눈앞에 와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중대본도 “아직 명확한 입장을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이들의 감염원을 특정하지 못할 경우 지역사회 감염으로 판단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정은경 중대본부장은 전날 “홍콩과 싱가포르, 일본, 태국, 대만 등은 최초에 중국으로부터 유입된 환자와 환자의 지인들, 밀접 접촉자 중에서 환자가 발생하는 양상이었다가 2월 중순께부터는 지역사회의 역학적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은 환자들이 보고되고 있다”며 “우한발로 시작된 유행이 2차, 3차 감염자를 통해서 또 다른 그런 유행으로 진행되는 그런 국면”이라고 말했다.

노홍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책임관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코로나19가 방역망의 통제범위를 벗어나 지역사회로 확산하는 상황인지의 여부는 역학조사 결과를 종합해 중앙방역대책본부와 함께 판단한다”면서도 “하지만 정부는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이에 대처하기 위한 다양한 대응조치를 사전에 준비해 두고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는 코로나19의 국내 유입과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최대한의노력을 다하고 있으며, 초기부터 전염이 일어나는 코로나19의 특성상 지역사회로 전파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권영진 대구시장은 이날 대국민호소문을 통해 “대구시 사례에서 보듯이 코로나19가 이미 지역 사회에 깊숙이 퍼져 있다”면서 “대구시 자체 역량으로 극복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권 시장은 “중앙정부 차원의 특별대책단 파견, 필요한 역학조사 및 의료 관련 인력 지원, 음압병실 확보,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행정 및 재정적 지원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박순원기자 god02@kbmaeil.com

저작권자 © 경북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