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등 오프라인 매장 피하려
50·60대도 전자상거래 적극 활용
손님 발길 줄어든 유통업체 매장
매출 타격에 존립 위기 우려도

포항시 남구 대잠동에 사는 주부 박명희(57) 씨는 최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감염 예방을 위해 집 근처 마트 한 곳과 약국 두 곳에 들렀지만, 마스크를 구하지 못했다. 며칠 전에는 평소 자주 이용하는 TV홈쇼핑 업체로부터 ‘마스크 한정수량 판매’라는 광고 문자를 받았지만, 정작 방송 당일에는 금세 동나 살 수 없었다.

박씨는 결국 지난 주말 스마트폰에 온라인 쇼핑몰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했다. 막연한 두려움에 전자상거래를 꺼렸던 그는 난생처음 쇼핑앱으로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주문했다. 2∼3일 이내 상품 수령이 가능하다는 안내 메시지를 받고 나서야 그는 한숨을 돌렸다. 박씨는 “혹여나 스마트폰 자판을 잘못 누를까 싶어 긴장했지만, 막상 결제 카드를 등록하고 주문을 완료하고 보니 오히려 마트에서 장을 보는 것보다 편리하다”며 “매장에서 물건을 사면 집으로 들고 오는 것도 일인데 온라인 쇼핑은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앱에서 추천하는 상품을 구경하는 재미까지 있어 앞으로 자주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온라인 쇼핑에 발을 들인 5060 중·장년층이 증가하고 있다. 마스크나 손 소독제를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하기 어려워지자 그동안 인터넷이나 모바일을 통한 주문결제를 꺼리던 소비자들도 온라인 쇼핑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유통업계는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발병이 지난 2015년에 유행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어 전자상거래 확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본다. 중장년층이 ‘전자상거래는 복잡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온라인 쇼핑에 정착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통계청 등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34조원 규모였지만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거치면서 53조원으로 늘어났고, 2018년에는 93조원으로 급증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발표한 ‘전자상거래 이용 현황과 구매 행태’에서는 전자상거래 이용률이 2016년 52%에서 2018년 58.3%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연령별 전자상거래 경험률 조사 결과 20대 비율은 같은 기간 동안 4.5% 상승에 그쳤지만 50대는 11.6%, 60대는 7% 늘어났다.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만 50세 이상 69세 미만 소비자가 20대 젊은 층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포항지역 유통업계 관계자는 “5060세대는 온라인 쇼핑 결제방식을 하나의 진입장벽으로 여기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이 장벽을 넘어선 소비자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온라인 쇼핑은 처음이 어렵지 한번 시작하면 두 번째부턴 쉽고 간편해 앞으로 중장년층의 구매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온라인 주문을 시작한 시니어 세대는 마스크와 손 소독제와 같은 위생용품에 그치지 않고, 각종 식자재를 구입하며 ‘온라인 장보기’로 쇼핑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대면 접촉이 이뤄지는 오프라인 상점들은 피해가 상당하다. 백화점이나 마트, 식당, 주점 등을 중심으로 매장을 찾는 손님 발길이 끊기면서 오프라인 매장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주말마다 주차장 입구에 긴 차량 대기 줄이 생기는 포항 이마트 이동점도 16일 오전에는 크게 붐비지 않아 매장 내에서도 계산대 이용이 수월했다. 롯데백화점 포항점도 이날 의류 매장은 물론 이벤트홀 행사장에도 손님이 적어 한산했다. 이 같은 오프라인 매장 위기가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자 유통업체들이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고 있다.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지난해 2분기 사상 첫 영업적자에 이어 4분기에도 영업손실 100억원을 기록해 돈이 되지 않는 전문점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 국내 최대 유통업체인 롯데쇼핑도 지난 14일 향후 5년간 전국 백화점·대형마트 중 수익성이 떨어지는 200여곳을 폐점한다고 밝혔다. /김민정기자

    김민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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