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 논설위원
안재휘 논설위원

4·15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이 한껏 예민해지고 있다. 여야 정당 지도부의 일거수일투족에 서로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날 선 비난의 언어 포탄들을 쏘아대기 시작한 모습이다. 지금의 추세로 볼 때 올 총선은 유례를 찾기 힘든 과열 양상을 빚을 개연성이 높다. 첨예해지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 전선으로 인해 총선이 죽기살기식 권력 쟁탈 대전으로 번져갈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조국 대란’으로 촉발된 진영 간 극한대결에 이어 청와대의 울산시장선거 불법개입 혐의가 드러나면서 양상이 급변했다. 급기야는 ‘대통령 탄핵’ 구호까지 쏟아지면서 여권은 ‘정권 위기’를 실감하는 듯하고, 야권은 민주주의 위기론을 화두로 ‘정권심판론’의 화염을 무한대로 늘려가는 몸짓이다. 처음에는 될까 싶은 마음이 깊게 들지 않았던 중도보수 통합작업도, 비록 아직은 외형 갖추기 수준일망정 성사돼가는 형국이다.

현재 시점에서 예상되는, 올 총선을 좌우할 가장 큰 변수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여야, 공수(攻守)를 불문하고 가장 큰 변인은 ‘오만방자(傲慢放恣)’ 지수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2중대 3중대와 함께 야당의 존재가치를 깔아뭉개며 정치보복만을 탐닉해온 정권의 행태는 겸양(謙讓)을 온전히 상실한 자만(自慢)의 끝판이었다. 조국 사태나 유재수 감찰 중단, 그리고 울산시장선거 청와대 개입 의혹 역시 그 뿌리의 성격은 다르지 않다.

아직은 미지수로 남아있지만, 아무래도 수상한 금융 비리 풍문에 이르기까지 국민적인 의혹은 모두 정권의 자가당착에 직결돼 있다.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듯한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검찰청 앞 훈계 발언은 염치를 모르는 권력의 이중성을 상징한다. 어찌 보아도 집권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전 초입에서 오만한 이미지에 발이 묶일 공산이 높다.

그러나 게임이 이렇게 간단하면 얼마나 좋으랴. 정치사의 그림자를 톺아보면, 결코 그냥 그렇게만 흘러가지는 않을 것이다. 결국 ‘닥치고 통합’ 형태의 이합집산 로드맵을 따라가고 있는 중도보수 통합의 속살은 많은 위험성을 내포한다. 통합은 있고, 혁신이 없다는 판단이 드는 순간 ‘폭망’으로 갈 수밖에 없다.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명분만으로는 태부족하다. 대안세력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면 진보 민심의 결집만 촉발할 따름이다.

‘미래통합당’은 제대로 된 혁신, 미더운 미래비전 깃발을 내놓아 민심을 감동시키지 못하면 성공하지 못한다. 국민들의 변별력은 이제 외눈박이 수준이 아니다. ‘부패’와 ‘무능’ 모두를 함께 볼 줄 아는 건강한 두 시력을 되찾고 있다. 범보수진영의 ‘어떻게 해도 이긴다’는 방자한 심사는 벌써 싹수를 내밀고 있다. 육두문자투성이인 가짜 김지하 시인의 글을 SNS에 퍼 날라 뭇매를 맞고 있는 한국당 민경욱 의원의 일탈은 그 어리석은 기류를 엿보게 한다. 여야를 불문하고, 이기고 싶으면 ‘오만방자’의 마수(魔手)를 끊어낼 준비부터 단단히 하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