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극중 주인공이 운영한 가게(현 문화마실)인 까멜리아 안쪽 정원에 설치된 포토스팟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금 세계는 중국발 전염병에 숨을 죽이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생하였다는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퍼지는 가운데 사망자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세계 각국은 광범위한 감염 발생 지역을 기준으로 삼아 자국으로 입국하는 중국인에 대한 철저한 검역과 더불어 조금이라도 이상 증세가 느껴지면 입국 거부도 불사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람들이 최소한의 예방조치로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형태의 축제, 행사들을 취소 내지는 연기하고 있다. 경제, 사회, 정치 어느 분야이건 가장 불안한 심리는 불확실성에서 파생된다. 초기의 전염병이 그 자체가 지닌 파급력보다 크게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점차 불확실성(전염병이라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가 갖추어지고 이해가 높아지는 가운데 대책이나 백신이 개발되고 나면 점차 사태는 진정되기 마련이다. 최근 일부에서는 주요 전염병의 발원지 내지는 범인으로 중국을 지목하면서 중국을 혐오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사실 1997년의 조류인플루엔자, 2002년 11월 광둥성에서 최초 발견되었지만 2003년 2월이 되어서야 WHO(세계보건기구)에 보고하여 국제 대응을 지연시켰다는 비난을 받았던 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이어 이번 사태까지 중국발 전염병이 많기는 하였다. 하지만 인간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국제적인 전염병이라고 하면 중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도 만만치 않다. 지난 2월 2일 로이터통신은 중국당국이 코로나19의 치료를 위해 조류독감치료제와 에이즈치료제(항HIV약)를 복합 투여하자 개선 효과를 보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여기에서 언급된 에이즈야말로 치료제도 대처방법도 알려져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치명적인 바이러스다. 유엔합동에이즈계획(UNAIDS)이 발표한 2018년 기준 전 세계 에이즈환자(HIV양성자) 수는 3천790만 명으로 추계되고 있다. 1997년 290만 명에서 2018년 170만 명으로 연간 신규 감염자 수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여전히 가장 강력하고 은밀하면서 치명적인 전염병이다. 이 AIDS(후천성면역결핍증)는 1981년 6월 미국 LA에서 처음 보고되고 1984년 에이즈 바이러스가 확인된 지 10년 동안 전 세계 감염자 수가 100만 명까지 확대된 바 있다. 비슷한 시기인 1982년 EHEC(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일명 O157), 1989년 C형간염 등도 미국에서 발생한 전염병이었다. 얼마 전까지 두려움에 떨었던 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이름 그대로 중동지역에서, 2014년 7월 에볼라바이러스는 서아프리카 수단에서 발생하였다. 오랜 과거가 되었지만 전 유럽을 강타하였던 흑사병(페스트)까지 생각해보면 전 세계 어느 지역도 전염병이 절대 발생하지 않는 지역임을 장담하지 못한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관심의 초점은 이미 발생한 지역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우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점에서 어떠한 프로토콜을 의료시스템에 접합시키고 어떠한 국가적인 보건 시스템을 구축하여야만 전염병 발생을 최소화하고 또 초기의 이상증세를 접하였을 때 신고하고 대처해 나갈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포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번 사태는 국내는 물론 포항지역 경제에도 영향이 없을 수는 없다. 당장 울산의 자동차공장이 일시 가동을 중단하게 된 만큼 전혀 지장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지역경제 규모 내지는 지역 철강산업의 전체 크기를 가늠해 볼 때 포항의 철강업계가 공급한 철강재를 이용하여 경주에서 부품을 생산하고 울산의 완성차 생산에 공급되는 절대적인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이번 사태는 지난번 일본의 수출규제조치와 마찬가지로 특정 국가에서만 부품을 수급할 경우 발생 가능한 위험을 새삼 깨닫게 해주었다는 점에서 새로운 예방주사 효과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관광과 전염병은 서로 상극이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는 타격이 예상된다. 지난해 영일만 관광특구 지정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던 곳이나, 모 방송국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으로 인해 기대하지 않았던 관광객이 급증하였던 구룡포의 경우 일시적으로 급증하였던 방문객이 급감함으로써 이번 사태로 인한 체감경기의 하락 폭은 다른 곳보다 컸을 것이다. 게다가 3월부터 다시 개장한다는 영일만 친구 야시장, 연말경 본격화될 영일만항의 크루즈산업 등에도 어느 정도는 영향이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단지 걱정만 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공개된 장소에서의 위생 관련 문제를 보완하고 출입국절차와 관련한 검역프로토콜을 재점검하였으면 한다.

그러나 포항경제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바이러스부터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지역경제도 일종의 생물체나 마찬가지다. 지역경제는 생산, 고용, 투자와 같은 공급적인 요소는 물론 소비, 유통 등의 수요측면 거기에 행정, 환경, 정치 등 다양한 분야들이 유기적으로 활동하는 복합적인 시스템이 포항이라는 지리 공간적인 활동 구역에서 자유롭게 움직인 결과로 그 성과가 결정된다. 이러한 공간적인 터전은 대체로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지만 실제 시장경제 활동은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시스템이라고 부를만한 소프트웨어에 의해 이루어진다. 흔히 기업들이 투자하거나 본거지로 삼기를 선호하는 도시의 특징 중 하나는 단지 그 지역 땅값이 저렴하다는 원초적인 원가요인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못지않게 행정서비스의 편리성도 의사결정의 큰 요소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국 지자체들은 다들 원스톱 행정서비스를 내세우고 있다. 기업활동에 필요한 서류처리를 위해 온종일 담당관들을 찾아 헤맬 필요도 없이 한 부서만 찾아가면 필요한 모든 행정처리가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진다면 그야말로 기업을 하는 경영자에게는 최고다. 이러한 행정서비스는 행정기관 청사가 화려하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며, 원스톱 행정서비스라는 명패가 붙어있는 부서가 존재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경제활동의 유기적 활동은 이처럼 특정 건물, 장소와 같은 하드웨어가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다양한 경제활동 요소들이 얼마나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 즉, 소프트웨어가 제대로 효율적으로 작동하는가에 달려있다. 하지만 대부분 어떠한 사업목적이 있는 경우 그 성과를 결정짓는 것이 소프트웨어임에도 불구하고 시스템이 완성되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데다 성과의 측정도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일단은 보이는 것을 먼저 선택하고 만다. 이것을 필자는 지역경제를 저해하는 ‘HBS(하드웨어최고증후군; hardware best syndrome)’라 명명하고 싶다. 예를 들어 고령자에 대한 복지사업이 필요하다면 핵심은 고령자들에게 불편함이 없는 무장벽(barrier free) 실현이 최종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사업입안자들은 HBS에 쉽게 감염된다. 소프트웨어가 정상 작동하려면 비교적 장시간이 걸리고 성과 확인이 어렵다는 점에서 복지회관, 복지센터 등과 같은 간판이 붙은 그럴싸한 하드웨어부터 만든다. 이후 해당 사업은 눈에 띄게 완료(?)되었으므로 정작 필요했던 소프트웨어인 복지시스템의 작동은 확인할 길이 없이 건물만 남게 된다. 지속 가능한 포항지역 경제를 위해서는 어떤 분야라도 HBS부터 박멸할 필요가 있다. 이번 총선후보자들의 공약에는 HBS의 감염증세가 없었으면 좋겠다.

/한국은행 포항본부 부국장 김진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