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7일 중국 후베이성 병원 의사 리원량이 3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유언비어를 퍼뜨린다는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었다 풀려난 후 코로나19 환자들을 치료하다 본인도 감염되어 급성 폐렴을 앓아 왔다고 했다.

10일자로 중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만171명을 기록했다고도 한다. 사망자는 908명에 달한다고도 하고. 하지만 이렇게 홑단위까지 정확하게 나오는 숫자를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의 코로나19 감염자는 그러고 보면 놀라울 정도로 적다고나 할까. 12일 현재 ‘물경’ 28명이나 된다고 하며 그중 7명이 완쾌 판정을 받았다고 하니 말이다. 중국인을 입국 금지를 시켜야 한다는 둥 너무 늑장 대처를 했다는 둥 비판이 많았지만 한국의 코로나19 예방 시스템은 나쁘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정작 한국에서 더 놀라운 것은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이라기보다는 코로나를 밤낮으로 문제 삼는 열풍일 것이다. 언론이 밤낮으로 시시각각 감염자 수를 카운트 해가며 이동 경로까지 상세히 밝혀내는 바람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저 옛날 콜레라 정도 되는 융숭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학교에서도 난리가 났다. 우선 개강일을 전면 연기한다는데, 그게 개강은 해놓고 수업은 안 하는 방식의 ‘절묘한’ 기법으로 15주 학기는 채우되 학생들은 모이지 않도록 하는 방식을 취한다던가.

중국에서는 웨이보라는 인터넷에 리원량 타계 소식에 추모 댓글이 10억개를 넘어섰다고 한다. 중국의 정보 통제에 대한 불만, 비판이 추모 댓글로 나타나는 형국이다. 심지어는 시진핑 체제가 흔들린다는 소식마저 들리는 판이니 남미의 나비의 날개짓이 서울의 주가를 떨어뜨리는 격이라고나 할까.

한국은 그러고 보면 민주주의가 넘쳐나는 나머지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혹여 뒤집어쓸지 모르는 감염경로 책임을 더 무서워 하는 형편이다. 때마침 선거 때가 가까워 오기도 하고.

어제 학생들과 함께 하는 논문 발표 ‘집담회’에 중국 유학생들이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한국 사회의 중국 코로나 공포증이 유학생들의 마음을 움츠러들게 한 까닭이다. 나는 학생들 발표 중에 우리 유학생 셋에게 간단한 아쉬움의 메일을 보내 주었다. 공부하러 오고 싶어도 참아야 했다는 여학생의 답신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 코로나 열풍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면 모두 모여 공부를 할 수 있었을 테다.

그리고 하나 더. 나와 아주 가까운 처지의 젊은이 하나가 이 코로나 바이러스 열풍으로 3월 실직 예정이다. 여행 스케줄이 200건이나 취소되는 바람에 작은 여행사가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일 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 자살 숫자, 암으로 인한 사망자 수 등에 비교해 보면 아무 것도 아닌 한국 코로나가 회사 문을 닫게 하고 젊은이의 직업까지 빼앗을 판이라니. 민주주의도 좋고, 정보화도 좋지만 사건이나 사태의 무게에 맞게 뉴스도 저울에 달아 생산해야 할까 보다. 마스크 회사라도 이참에 대목을 맞았을 테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다행이라고나 할까.

/방민호 <서울대 국문과 교수> /삽화 = 이철진<한국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