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배경 한국영화 준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수상했다. 봉 감독(가운데)과 출연배우, 제작진 등이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아카데미 정복 이후 봉준호 감독 차기작에 관심이 쏠린다.

봉 감독은 그동안 여러 언론과 인터뷰에서 차기작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국 영화와 영어 영화 두 가지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둘 다 실화에서 영감을 받았고, ‘기생충’(제작비 150억원) 정도 규모로 구상 중이다.

각종 인터뷰에 따르면 한국 영화는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지는 공포스러운 사건을 다룬다. 2001년 아이디어를 구상해 18년째 개발 중이다. 봉 감독은 “내 모든 작품이 그렇듯이 장르가 모호하다”면서 “굳이 설명한다면 서울에서 재난이 발생하는 호러액션”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뉴욕이나 시카고에서 찍을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모든 보행자가 똑같은 피부색을 가져야만 성립될 수 있다”며 힌트를 남겼다.

영어 영화는 2016년에 본 CNN 뉴스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고 한다.

둘 중 어느 작품을 먼저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봉 감독은 “스토리를 숙성시키고 리서치를 준비해야 한다. 이야기가 어떻게 풀려나가는지에 따라 어떤 작품을 먼저 할지 결정할 것 같다”며 “올해 4월이나 5월에는 확정 지으려 한다”고 밝혔다.

봉 감독은 ‘기생충’을 미국 HBO 드라마로 제작하는 작업에도 참여한다. 영화 ‘빅쇼트’, ‘바이스’를 연출한 애덤 매케이와 함께 책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렸다.

봉 감독은 “‘기생충’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개별 인물들을 비롯해 장면과 장면 사이의 이야기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었다”면서 “6시간짜리 영화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극 중 박 사장네 입주 가사도우미 문광(이정은)이 집에서 쫓겨난 뒤 비 오는 날 얼굴에 상처를 입은 채 다시 찾아오는데, 그 사이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우(최우식) 친구 민혁(박서준)과 박사장 아내인 연교(조여정) 사이의 미묘한 기류는 무엇인지, 저택을 지은 건축가 남궁현자는 왜 문광에게만 지하 벙커를 보여줬는지 등 세부적인 에피소드가 담길 것으로 보인다.

봉 감독은 버라이어티와 인터뷰에서 “이 시리즈를 한국을 배경으로 할지, 영어로 각색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아직 초기 단계며 지금으로서는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