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철 "검찰에 두 차례 등기우편으로 입장 밝혔다"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

 

청와대와 경찰의 하명수사·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29일 이광철(49)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소환 조사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이 비서관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수사를 둘러싼 사실관계를 캐묻고 있다.

이 비서관은 민정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근무하던 2017년 10월 김 전 시장 관련 제보를 가공해 첩보 문서를 만들고 경찰에 하달해 수사가 진행되도록 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의심하고 있다.

최초 제보자인 송병기(58)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부시장과 문모(53) 당시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백원우(54) 당시 민정비서관, 박형철(52) 당시 반부패비서관 등 첩보 생산·전달에 관여한 피의자들은 대부분 이미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 비서관은 이날 검찰에 출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1월 13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등기우편을 발송해 출석 요청에 대한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혔다"며 검찰 소환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언론 보도를 부인했다.

이 비서관은 "언제 걸려올지 모르는 검찰의 전화를 피하기 위해 내 소임을 수행하는 데 긴요한 전화를 꺼놨다는 건 조금만 생각해봐도 말이 안 된다는 것을 잘 아시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누가 어떤 연유로 나에 관해 이렇게 반쪽짜리 사실만을 흘리고 있는지 매우 궁금하다"고 말했다.

검찰은 의혹의 최대 수혜자로 지목된 송철호(71) 울산시장도 이날 재차 소환 조사할 계획이었으나 건강상 이유로 일정이 미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송 시장은 지난 20일 처음 검찰에 출석해 12시간여 동안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송 시장을 장환석(59) 당시 청와대 균형발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 등 청와대 인사들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공범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이 다음달 3일 중간간부 인사이동을 앞두고 1차 기소 대상을 선별 중인 가운데 임종석(54)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검찰에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이번 사건의 모든 과정을 공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30일 검찰에 나가 조사받겠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다.

임 전 실장은 한병도(53) 당시 정무수석 등과 함께 송 시장의 당내 경선 경쟁자였던 임동호(52)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경선 포기를 종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수사팀은 전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백 전 비서관 등 일부 피의자들을 일단 기소하는 방안을 보고했으나 명확한 승인을 받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검장은 이날 오전 주례보고 자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사건 처리 방안을 보고할 것으로 보인다.

이 지검장이 수사팀에 최종 승인을 하지 않고 윤 총장 지시도 거부할 경우 지난 23일 최강욱(52) 공직기강비서관 기소 때와 마찬가지로 결재·승인 권한을 두고 내부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수사팀은 다음주부터 신봉수 2차장검사 등 지휘라인이 일부 바뀌는 데다 4월 총선이 다가옴에 따라 핵심 피의자들 사법처리가 늦어질 경우 수사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검찰 일각에서는 그동안 조사를 미뤄온 피의자들이 인사이동을 앞두고 줄줄이 검찰에 출석하는 게 오히려 수사를 지연시키려는 목적 아니냐고 의심도 나온다.

수사팀은 소환 조사를 마치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가 확보된 피의자를 선별해 일단 기소한 뒤 나머지 수사는 총선 이후 재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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