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어렵게 사는 고등학생이 있었습니다. 책을 좋아했지만, 마음껏 공부할 수 없었던 그는 도서관에서 심부름하며 틈틈이 책을 읽었습니다.

하루는 서가 맨 끝에 먼지가 수북이 쌓인 책 한 권을 뽑았습니다. 에밀 드페브리에가 쓴 ‘동물학’이었지요. 동물에 흥미가 있었던 그는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그러다 맨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빨간 잉크로 쓴 손 글씨를 발견합니다. “이 책을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나와 깊은 인연을 맺은 당신에게 성의를 전하고 싶습니다. 법원으로 가서 엘제이(L.J)14의 보관 서류를 수령해주세요.”

법원 담당자가 건넨 봉투에는 문서가 들어 있었습니다. “이것은 나의 유언장입니다. 나는 평생 동물을 연구하고 한 권의 책을 썼습니다. 당신은 처음으로 내 책을 끝까지 읽어 주었습니다. 그런 당신에게 전 재산을 드립니다. 나는 하늘에서나마 기쁠 것입니다.”

4백만 달러를 상속한 소년은 곳곳에 도서관을 세워 누구나 책을 읽게 했습니다. 소년의 이름은 생 장 포로 라코스트입니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당장 금전적 혜택이 생기지는 않지만, 책에는 그보다 더 값진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이 때로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도 하니까요. 빌 게이츠는 말합니다. “오늘의 나를 있게 한 것은 우리 마을 도서관이었다. 하버드 졸업장보다 소중한 것이 독서하는 습관이다.”

좋은 책은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내 지식수준을 뛰어넘어 글을 이해하기 위해 많이 생각하고 곱씹어 사색하고 책을 덮은 후에도 한참 지나서야 울림이 계속 머무는 책을 읽어야 합니다. 1년 동안 운동을 10번 했다고 건강해지기를 기대하는 일은 터무니없는 생각입니다.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꾸준히 읽는 습관을 만들 때, 우리는 그 과정에서 내 삶을 뒤바꾸는 운명의 책을 만날 수 있습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