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전한 대구경북 설 민심
질책 많았지만 물갈이 반발도
지역을 보수 텃밭 전략지 치부
도매금 무조건 교체는 불합리
타성적 쇄신보다 이기는 공천
신·구 조화 등 고민 필요 지적

이번 설 연휴는 마치 추석을 방불케 했다. 포근한 날씨에다 가을비 같은 겨울비가 대지를 적셨다. 그러나 정치권은 한파가 휘몰아쳤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서다. 여야는 물론 지역별로, 계층별로 말들도 많았다. 설 여론, 대구·경북(TK)의 민심은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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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에서도 설 연휴 내내 4월 총선에 도전하는 인사들은 저마다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들이었다. 오가는 이들이 많은 만큼 지지기반 확장을 위해서였다. 하지만 한국당 소속 TK의원들의 마음은 그리 편치 않았다. 한국당 TK의원을 공천에서 바꾸라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기 때문인 것. 일일이 설명할 수도, 해명할 수도 없었다며 답답함을 전하는 모 의원의 마음이 이를 대변해 줬다. 그러나 한켠에선 서울발 교체와는 다른 여론도 적지 않게 확인했다. 지역주민들로부터 따가운 질책도 있었으나 때로는 왜 TK만 유독 바꾸라는 것인지 이해가 안된다는 소리를 이곳저곳에서 들었다고 했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한 초선의원은 “대구, 경북이 한국당 식민지냐고 반발하는 당원들이 많았다. TK지역에서 당비 40%를 가져가고 책임당원도 27%에 이르지만 TK지역을 정치적 전략지구로 치부해 식민지처럼 운영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한국당이 그동안 지역 최대 관심사였던 신공항이나 물 문제, 포항지진 등에 관심이 없다가 총선 때만 되면 보수성지라고 말하며 TK지역을‘정치적 난쟁이’로 추락시켰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TK지역의 또 다른 초선 의원 역시 “유독 TK 의원들만 공천 물갈이 표적으로 삼는 건 매우 잘못됐다는 게 설 민심이었다”며 “TK라는 이유만으로 도매금으로 찍어내려는 건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TK지역 모 재선 의원은 “TK물갈이가 목적이 아니라 이기는 공천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설 민심을 전했다. 특히 혁신·개혁 공천을 거론하면서 그동안 모든 잘못이 TK의원들에게 있는 것처럼 책임을 돌리는 것에 대해선 불편함을 내비치는 유권자도 있었다고 했다. 더구나 정치권에서 자질 등의 문제가 제기된 당사자만 솎아내면 되는데 TK전체를 교체하라는 이른바‘TK 100% 물갈이론’이 왜 나오고 누가 주도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유권자들이 적잖았다고 했다.

TK지역 한 중진의원은 “한국당이 TK를 보수텃밭이라는 점을 역이용해서 아무나 바꾸려고 하는데, 잘못한 의원만 선별해 교체하면 될 것을 왜 그리 요란스럽게 하는지 마치 사색당파로 바람잘날 없던 조선시대 논쟁을 보는 느낌같다”라고 힐난하는 유권자 앞에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의 TK의원들을 다 바꾸고 초선들로만 구성한다면 그 시스템으로 중앙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지역민들도 상당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TK지역 한 의원 또한 “지역을 돌아보니 ‘한국당은 보수의 뿌리이자 대들보 역할을 해왔다. 지금 보수의 상징인 대구 경북에서 중앙당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인재가 나오지 않는 것은 선거때마다 자주 교체를 한 것이 원인’인데 이번에 또 그런 움직임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하는 유권자를 다수 만났다고 했다.

그는 “국민들의 분포도를 보면 40대 이상이 전체의 50%에 달한다며 그 어느때보다 신구 조화가 필요하고, TK정치권의 영향력과 지역을 제대로 대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대로 된 고민을 하고 목소리를 낼때가 아닌가라고 묻는 인사들도 있었다”며 분위기를 설명했다.

더한 이야기도 나왔다고 했다. 지금 도전하는 예비후보들과 현역의원들을 엄격히 비교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분위기에 편승해서 너도나도 출마하는 것은 아닌지, 도전자가 무슨 역할을 해 왔고, 또 할 수 있는 지 등을 면멸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집단 흐름에 휘둘려 경쟁력 있는 의원을 내친다면 그것이 4년 전 벌어진 ‘TK진박 감별’과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목소리 등 다양한 이야기들을 들었다고 했다.

TK지역 한 의원은 “당 쇄신을 위해서 좋은 인물들이 오면 모를까 한번 국회의원 했던 사람이란 이유로 무조건 물갈이하면 곤란하다”며 “주민들도 물갈이론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들이 많았다”고 귀띰했다. 또 다른 의원은 “과거 진박공천으로 지역이 만신창이가 됐는데 이번에는 서울 정치권에서 교체설을 흘려 지역 의원 모두를 난감하게 만들어 버렸다”며 대구 경북이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이번 설에 그저 안타까운 마음들만 난무했었다고 했다.

/김영태·박형남기자

    김영태·박형남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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