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총선을 앞두고 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한 언론인터뷰에서 ‘TK 지역 현역교체율이 당에서 제시한 컷오프 33%, 현역 교체율 50%보다 높아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봐야 한다”고 답변했다. 그는 TK 지역 물갈이와 관련해 “그걸 하지 않으면 국민은 ‘물갈이’를 했다고 보지 않을 것 아니냐”는 말도 덧붙였다. 그러나 TK 공천은 단순 ‘교체율’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만한 합리적인 ‘교체기준’ 설정이 훨씬 더 중요하다.

자유한국당 혁신 이야기가 나오면 맨 먼저 등장하는 화두가 ‘TK 물갈이’다. ‘박근혜 정부 실패’라는 원죄 때문에 이른바 진박(眞朴)을 포함한 TK 정치인들은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형편은 문재인 정권의 실정이 제아무리 깊어도 TK 정치인 대다수가 강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배경으로 작동한다.

물론 ‘보수 정권 실패’에 큰 책임이 있는 TK 정치인들이 용퇴를 솔선수범하는 게 순리다. 그러나 최근 30%냐, 50%냐 하는 교체비율에 매몰된 논쟁은 본질적으로 바른 접근법이 아니다. 현역교체율이 무조건 높아야 총선에서 유리하다는 계산법 또한 틀렸다. ‘많이 바꾸는 것’에 대한 집착은 표심을 훔치기 위한 포퓰리즘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잘 바꾸는 것’이 백배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잘 바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교체기준’이 분명해야 한다. ‘교체기준’은 새로이 추구해나가려는 그 정당의 미래상과 연결돼야 한다. 징벌적 교체에만 집착하다가 보면 소탐대실의 우를 범할 개연성이 높아진다. 자유한국당이 앞으로 추구할 새로운 ‘가치’를 앞서 밝히고, 그에 부합하는 ‘교체기준’을 세워야 한다.

한국당이 구현하고자 하는 시대정신, 지역과 나라의 미래에 대한 신실한 설계도부터 내놓아야 한다. TK 정치가 진정 대한민국의 중심 위상을 되찾으려면, 이번 공천에 ‘반성’ 못지않게 ‘희망’도 굳게 담아내야 한다. 몇%를 바꾸느냐 하는 산술에만 집착하는 건 바보짓이다. 어떤 정치를 하려는지부터 먼저 분명하게 정립해놓고, 그에 맞는 공천 프로세스를 밟아나가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