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발(發) 공천 회오리가 한국당을 덮쳤다. 특히 현역의원의 기득권 포기를 요구하는 압박이 당의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을 집중 겨냥하고 있어 지역 정치권에서 대대적인 판갈이가 일어날지 주목된다.

한국당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은 2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TK지역 물갈이와 관련해 “그걸 하지 않으면 국민은 ‘물갈이’를 했다고 보지 않을 것 아니냐”며 대대적 물갈이 방침을 시사했다. 김 위원장은 “치열한 내부경쟁을 거친 TK지역과 부산·경남(PK) 의원들은 억울할 것”이라며 “그 사람들의 목을 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잠이 안 온다. 인간적인 정리를 생각하면 할 짓이 아닌 걸 괜히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TK 물갈이가 당에서 제시한 컷오프 33%, 현역 교체율 50%보다 높아질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그렇다고 봐야 한다”며 “포퓰리즘을 지양해야 하지만, 국민의 선택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 여망에 부응하는 게 정치인의 숙명이고, 이번에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이(문재인) 정권이 이렇게 폭주, 독선, 독주하는데도 한국당 지지율이 오르지 않은 것은 한국당 책임이다. 크게 반성해야 한다”며 “그렇기 때문에 ‘TK, PK를 막 갈아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희생의 대오에 몸을 던지라는 것이 국민적 요구”라고 했다. 이는 한국당 당무감사 결과 TK는 100% 갈아야 한다는 얘기와 맞물리면서 TK에 대한 현역의원 물갈이를 더 강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역 정치권은 김 위원장의 TK물갈이론에 대해 “취지를 이해한다”면서도 “TK가 보수텃밭이라는 이유만으로 역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TK지역 한 초선의원은 “TK지역에 대한 물갈이를 하다보니 초선의원들만 정치를 하게 되고, TK지역 정치력도 상실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TK지역이 아무나 꽂으면 찍어주는 곳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그 연장선상으로 지난 20일 저녁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한국당 TK의원들이 모여 TK물갈이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역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50% 이상이라는 수치로 물갈이 잣대를 들이대는 방식의 현역 의원 배제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나아가 일방적 물갈이 시도는 TK시도민을 무시하는 등 부작용만 낳을 수도 있다는 말도 나온다. TK지역 의원들 중에서 소장파든, 중진이든 각자의 전문성을 살려 지역을 위해, 나라를 위해, 당을 위해 의정활동을 한 의원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까지 TK물갈이라는 명분하에 교체한다면 TK지역 정치력은 상실될 뿐만 아니라 지역발전에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역정가에서는 “공천은 어디까지나 시스템에 의해서 이뤄져야지 TK지역이라고 해서 많이 갈아치워야 한다는 것은 제1야당으로서 모습이 아니다”, “4년 전 진박 공천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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