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족은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에 전세 얻어 들어온 사람들을 가리킨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은 명문 학군과 각종 입시학원이 밀집한 이른바‘학세권’으로 불린다. 어느 도시보다 발달된 사교육 인프라가 집중된 대치동에는 자녀의 대학 입시를 위해 세입자가 되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넘친다. 예를 들면 서울 은평구의 50평(약 165㎡)대 아파트에서 살던 A씨는 지난해 초 이 집을 7억원짜리 전세로 돌린 뒤 대치동의 23평(전용 78.71㎡) 아파트 전세를 약 10억원에 구했는데, 하나밖에 없는 아들(12)을 대치동의 중학교에 보내기 위해서라고 털어놨다. 집이 좁아 불편하지만 아이가 대학에 들어가기까지 7∼8년 전세살이를 감수할 생각이라고 했다. 이런 사람들을 흔히 ‘대전족’이라 부른다.

분당 등 수도권 지역 고교평준화가 시작된 뒤 학부모들이‘강남8학군’으로 몰려들던 2000년대 초반부터 언론 등에 오르내리던 용어지만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대전족은 대치동 주택시장의 한 주축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018년 3월부터 1년 동안 이른바 교육특구로 불리는 서초<2219>강남<2219>송파구 등 ‘강남3구’로 전입한 초등학생 수는 4천693명으로 이 기간 서울로 전학 온 전체 학생 1만8천321명의 약 4분의 1에 달한다는 것만 봐도 우리나라 교육열이 빚어낸 증상을 목도할 수 있다.

최근에는 대치사거리 등에 즐비한 학원을 이용하기 위해 인근 빌라나 오피스텔 원룸에 사는‘대원(대치동+원룸)족’도 적지 않다. 재수를 선택했거나 방학을 이용해 지방에서 대치동을 찾는 학생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강남부동산 불패의 뿌리는 바로 대전족 또는 대원족을 번성케 하는 교육열에서 찾을 수 있다.

/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