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대목 성수품 준비 인파로 북적
차례상 비용 대형마트보다 싸고
가격흥정 덤까지… 정 넘쳐 훈훈
물가는 작년보다 올라 씁쓸함도

설을 앞두고 강정제작 업소들이 보름여 정도만 문을 여는 경주 성동시장에서는 이 기간에 향수를 자극하는 정겨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18일 오후 이색적인 풍경에 발길을 멈춘 대만 관광객들이 뻥튀기 소리에 놀라 귀를 막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갈수록 살림살이가 팍팍해도 설 명절이잖아요. 차례상에 올릴 음식만큼은 좋은 것으로 장만해야죠”

민족 대명절인 설 연휴를 앞두고 19일 포항 죽도시장을 찾은 시민 이모(56·남구 해도동) 씨는 바퀴 달린 손수레형 장바구니를 끌며 성수품 준비에 한창이었다. 그는 “새해 벽두부터 먹거리 가격에 공공요금까지 껑충 뛰면서 명절 장보기가 겁난다”면서도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가격 흥정이라도 해볼까 싶어 이번 설에는 마트 대신 시장을 먼저 찾았다”고 말했다.

이날 죽도시장은 오전부터 차례상 준비를 위해 찾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비용을 아끼려 전통시장을 찾은 주부들은 주로 과일가게에 몰렸다. 물건을 계산할 땐 포항사랑상품권이 자주 오갔다.

옥돔을 사러왔다는 주부 홍모(48) 씨는 “설을 앞두고 있어서 그런지 평소보다 가격이 10∼20% 정도 오른 듯하지만 대형마트보다 물건이 싼데다 말을 잘하면 덤까지 얻을 수 있어 명절 전에는 꼭 시장에서 장을 본다”고 말했다.

올해 설 차례상 차림비용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설에도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이 알뜰 장보기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인과 손님 사이의 가격 흥정이나 가게마다 덤을 챙겨주는 후한 인심이 시장에 활기를 더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올해 설 차례상 차림비용은 전통시장 23만972원, 대형유통업체 31만7천923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 0.3% 하락해 대체로 안정세를 보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일 기준 설 성수품 28개 품목에 대해 전국 19개 지역의 전통시장 18곳, 대형유통업체 27곳에서 실시됐다.

전통시장 기준 품목별 가격을 살펴보면 출하량이 늘어난 사과(-19.8%)·배(-15.4%) 등 과일류는 하락한 반면, 무(136.4%)·배추(67.4%) 등 채소류는 생산량 감소로 상승했다. 어획량이 감소한 오징어 등 일부 수산물과 가공식품 가격도 올랐다.

경북지역에서도 과일류는 전통시장에서 사는 것이 알뜰한 장보기를 돕는다. 경북물가관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전통시장 명절중점관리 품목 가운데 사과와 배 평균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832원, 1천187원 하락해 대형마트보다 저렴했다.

하지만 과일을 제외하곤 채소와 생선 등 대부분 품목이 지난해보다 가격이 오른 편이라 성수품을 준비하는 시민들 얼굴에서 씁쓸해하는 표정이 읽혔다. 실제로 지난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4%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식·음료품 가격은 일제히 올라 물가 ‘괴리현상’은 점점 커지고 있다. 소비자 체감물가는 가격이 오르는 제품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가격 등락을 통계적으로 산출하는 소비자물가와는 격차를 보인다.

상인들은 넉넉한 인심으로 소비자 마음을 달랜다. 삼색나물에 필요한 시금치를 사려고 가게를 찾은 한 손님에게 주인은 지난 설과 같은 가격인 3천원에 내줬다. 상인은 “자주 오는 손님이기도 하고, 딸 같아서 챙겨주고 싶은 마음에 더 싸게 주는 것”이라며 한 움큼을 더 담아 건넸다. 덤을 주면 남는 게 적지 않느냐는 물음에 “그래도 명절이니까”라고 웃었다.

/김민정기자 mjkim@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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