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기업체 10곳 중 7곳이 지난해 설에 비해 체감경기가 악화됐다고 응답했다. 대구상공회의소가 지역 기업체 268개사를 대상으로 ‘2020년 설 경기 동향조사’를 벌인 결과, 조사대상의 73.1%가 지난해 설보다 체감경기가 더 나쁘다고 대답했다 한다. 지난해도 대구상의가 같은 조사를 벌였으나 체감경기가 악화됐다고 응답한 업체가 전체의 79%에 달했다. 이는 우리 경제가 아직 불황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경기 개선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 하겠다.

민족 명절인 설을 앞두고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경기를 진작시키는 일이 지역단위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나 관계당국의 관심과 격려가 필요하다. 특히 경기가 어려워 종업원의 임금을 제때 주지 못하는 업체는 없는지 세심히 살펴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여야겠다. 이번 조사에서 업종별로는 유통 및 도소매업이 체감경기 악화(90.9%)가 가장 높았다. 제조업 가운데는 섬유업(80.5%)이 가장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실 80∼90% 수준이라면 거의 모든 업체가 경기가 어렵다고 느낀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또 체감경기 악화의 원인은 81.6%가 내수경기 침체 및 수요 감소를 들었다. 대구가 영세중소기업과 유통 및 서비스업 종사가 많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설 명절 분위기가 다소 우울해질 수 있는 조사 결과다. 설 상여금과 선물과 관련한 응답에서도 응답기업의 71.3%가 상여금 또는 선물을 지급한다고 밝혔지만 상여금은 지난해보다 16%포인트, 선물은 24%포인트 가량이 감소했다. 상의 관계자는 기업의 자금사정이 나빠진 탓이라 분석했다. 자금사정이 나빠졌다고 응답한 업체가 3년 전에는 전체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으나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는 77.2%까지 늘어 걱정스럽다고도 했다.

설 명절은 떨어져 있던 가족이 찾아와 만남의 즐거움을 나누는 민족 고유명절이다. 넉넉하지는 않지만 준비해 온 작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한 가족임을 확인하는 날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지역에서는 일부 기업이 설을 앞두고 협력사에 대한 각종 대금을 조기 지급하는 모범 사례도 있어 마음 든든하다. 비록 작은 것이라도 상생하고 협력한다면 우리지역 경제에도 머지않아 훈기가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