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규열 한동대 교수
장규열 한동대 교수

포항이 가라앉았었다. 지역 경기침체와 더불어 이 도시는 초유의 지진까지 겪으며 지난 몇 해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지진 진원지 흥해를 중심으로 한 도시의 북부 지역을 비롯하여 도시 는 몸살을 앓았다. 부동산 경기의 침체와 함께 전반적인 도시경제와 분위기는 활력을 잃었던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은 천천히 흐르는 것일까. 눌리고 낮은 기운이 도시를 감싸고 돌았다. 기다리던 새벽녘에 한꺼번에 햇살이 비취듯이 해를 넘기면서 좋은 소식이 도시에 들려왔었다. ‘포항지진특별법’이 제정되었다. 국가의 재정적 지원을 기대할 수 있어 구체적인 활로를 모색하게 되었다. 도시와 지역의 재건이 순조롭게 이루어지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터이다.

문화도시가 되었다. 수년을 공들여 준비한 끝에 포항은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었다. 지난 세월동안 지켜온 산업도시의 역할에 더하여, 지역의 이미지 기반을 ‘문화’로 이어가는 새로운 비전이 시동을 건다. 문화도시와 더불어, 포항은 ‘배터리도시’가 되었다. 포항에 설정된 규제자유특구에 ‘배터리 리사이클링 제조시설’을 유치하여 미래 먹거리사업으로 지정하였다. 철강이 과거산업의 쌀이었다면, 배터리는 미래산업의 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대통령이 축하하며 전한 메시지는 포항의 경제산업적 특성뿐 아니라 사회문화적 기개를 언급하며 지역의 자긍심을 높여주었다. 즉, 경북에서 처음으로 삼일운동을 시작한 곳이 포항이며 한국전쟁 때에는 학도병들이 목숨으로 전선을 사수했던 보루였다는 것이다. 산업과 문화를 든든하게 담는 지역이 된 셈이 아닌가.

수년 전에 한동대의 한 프로젝트 과목에서 포항시 ‘도시브랜딩프로젝트’를 과제로 수행하였다. 당시 학생들이 추천한 바에 따르면, 포항의 이미지를 ‘충전도시’로 차별적으로 브랜딩하여 디지털환경과 4차산업혁명에 걸맞는 도시로 만들어가자고 하였다. 마치 포항이 ‘배터리도시’가 될 것을 예견이라도 한 것처럼 느껴지는 대목이며, 실제로 배터리와 충전을 함께 활용하여 도시브랜딩의 새로운 모습을 개발해 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치고 피곤하여 배터리가 방전된 모습을 한 현대인들에게 충전과 회복을 경험하는 도시로서 포항을 마케팅하고 소개한다면! 관광과 도시 홍보에도 큰 기여를 할 소재가 아닐까 여겨진다. 충전도시와 함께 포항은 축제도시로서 강점을 가진다. 포항국제불빛축제가 문화관광축제로 선정되어 지속적인 성공을 이어가는 중이다.

터널을 지나 빛이 보인다. 포항에 새벽이 찾아왔다. 이제는 올라간다. 도시가 깨어나 기지개를 켜면서 문화도시, 충전도시, 배터리도시, 축제도시가 되어 날아오를 터이다. 올라가는 길에 혹 어려움을 겪는 이웃 도시들이 보이면 기꺼이 지혜와 슬기를 나누는 넉넉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 글로벌지평에도 손색없는 도시가 되어,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지역이 되어갈 것이다. 포항, 2020년은 포항에게 시운상승(市運上昇)의 해가 아닌가. 포항,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