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초 전국 17개 시도지사 간담회에서 “연방제에 버금가는 강력한 지방분권 국가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임기 반환점을 돌아선 지금까지 지방분권을 위한 정부의 후속조치로 지역에서 달라졌다고 느낄만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오히려 작년 연말 기준으로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 3개 광역단체의 거주인구가 사상 처음으로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1980년도 수도권의 인구비율이 전체의 35.5% 수준이던 것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을 느낄만하다. 누가 봐도 정부의 국토균형발전정책은 실패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주 초 가진 신년기자 회견에서 수도권 인구의 비수도권 인구 초과를 처음 언급하며 “지방이 고사한다는 말이 단순한 비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추가 이전 문제와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을 7대 3으로 올릴 것 등 균형발전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의 이런 언급이 얼마나 현실화될지는 알 수 없다. 이미 임기의 절반을 넘어서 국토균형발전의 문제가 새삼 동력을 가질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재작년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차 공공기관 혁신도시 이전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것 또한 현재까지 어떠한 움직임도 감지되지 않는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공공기관 이전 시즌2’ 주제 토론에서 파악된 수도권의 추가 이전공공기관 대상은 모두 210개에 달했다. 특별법에 명시된 ‘공공기관은 원칙적으로 지방이전 대상’이라는 규정에도 이들 기관들은 저마다 수도권에서 둥지를 틀 생각만 한다.

국토 면적의 겨우 11.8%에 해당하는 수도권은 사람이 넘쳐 비좁아 터져나갈 판인데 국토면적의 82%인 비수도권은 사람이 없어 존망의 위기에 서 있다. 일자리가 없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는 젊은이로 인구가 줄고 생산력이 떨어지며 개발수요마저 감소, 도시마다 낙후 일색이다. 지방소멸의 위협이 갈수록 심각하다. 그동안 국가의 국토균형개발정책은 말뿐이었다. 국가시책에서 늘 후순위 자리였다. 그 결과가 수도권과 비수도권 인구의 역전 현상을 초래한 것이다. 이제라도 지방을 살릴 강력한 국가균형발전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국토 전체가 공멸하는 위기를 맞을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