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새해 새날의 여명 속에 경자년이 밝았다. 찬란한 태양이 온 누리 밝고 푸른 희망의 빛살로 다시 떠올랐다. 새해 첫날이 열리는 해를 보며 사람들은 한 해의 소망이나 다짐을 하곤 한다. 매일 떠오르는 태양이지만 사람들은 처음과 새로움에 대한 느낌과 의미를 부여하며 새해는 보다 희망적이고 발전적이기를 빌고 기대를 해보는 것이다.

작년에 이어 불안정한 국내외 정세와 바닥권 경기, 사회적인 갈등 등으로 올해도 여전히 격동과 변화의 소용돌이가 거세질 것으로 짐작된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각자의 처한 위치에서 차분하게 제 분수를 지키며 만족할 줄 알고 동요되지 않는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삶을 추스려야 한다고 본다. 서로의 관계와 이해, 협업과 상생의 고리를 지속적으로 엮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리라고 여겨진다. 나의 관념이나 주장만 고수하고 선과 악, 득과 실의 타산만 따지는 편중된 사고방식이나 흑백논리는 직장이나 시민사회, 나라에 있어서 융화와 호전 보다는 해악과 퇴보만 끼칠 따름이다.

이른바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과 안분지족의 삶이란 어떤 삶일까? 필자는 하루하루를 안분과 지족으로 살아가면 저절로 복세편살이 되리라고 본다. 안분(安分)이란 편안한 마음으로 제 분수를 지키는 것이다. 분수, 즉 자기 신분이나 능력, 한도에 맞게 처신하며 욕심 없이 만족할 줄 아는 삶을 즐겁게 살면 그 자체가 복세편살인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복세편살과 안분지족은 긍정과 배려, 감사를 실천하는 데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복잡다단한 세상을 나름 편하게 살려면 작더라도 자기의 생활에 만족해야 하고, 사소한 것에라도 긍정적으로 감사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 매사에 만족할 줄 알고(知足), 분수를 알며(知分), 멈출 줄 아는(知止) 지혜야 말로 긍정과 감사, 행복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옛 선현(先賢)들은 지족불욕(知足不辱), 지족상락(知足常樂)의 삶을 늘 추구하지 않았을까?

시대의 가치와 변화의 격랑이 심해질수록 자신의 분수를 지키고 작은 것에 만족해하며, 주어진 환경에 고마워 하고 맡은 일에 성심성의를 다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타인을 신뢰하고 배려하며 동료들과 협력해나가는 노력이야 말로 융합의 시대에 꼭 필요한 덕목이라고 본다. 단순하지만 개인의 안분지족과 복세편살이 가정을 화목하게 가꾸고 사회를 안정시키며 나라를 평화롭게 만드는 근간이 아닐까 여겨진다.

삶의 변화란 나부터, 주위의 가까운 곳에서부터 찾고 이뤄나가야 한다. 삶의 작지만 소중한 가치들을 인식하며 서먹하고 무관심했던 사람들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과 교감을 통해 자신과 삶의 본질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한 때이다.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자신에게 자신의 삶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안분지족의 마음으로 작은 베풂과 나눔, 긍정과 감사를 실천하고, 복세편살로 지행합일(知行合一)의 삶을 추구해 나갈 때 우리 모두가 보다 밝고 행복해지지 않을까? 경자년의 부신 햇살이 모두에게 꿈과 희망의 빛살로 비춰 일년 내내 웃음과 기쁨이 가득하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