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 때 이야기. 보물 제1977호인 청와대 불상(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을 두고 세간에는 이상한 소문이 나돌았다. 소문은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등 때마침 일어난 대형 참사가 개신교 출신 장로인 김 대통령이 청와대 불상을 치웠기 때문이라는 것. 청와대는 사실 여부를 밝히기 위해 기자를 대동하고 경내 있던 불상을 전격 공개하는 해프닝까지 벌이게 된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 청와대 불상의 존재감은 더 확실해진다.

청와대 불상은 1912년 경주에서 조선총독 관저로 옮겨졌다. 당시 조선총독 데라우치 마사타케의 경주 순시 때 환심을 사려는 현지 일본인 유지가 갖고 있던 불상을 밀반출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불상을 일제 강점기 문화재 수난사의 대표 유물로 평한다. 불상은 시원한 이목구비와 딱 벌어진 어깨, 유연하게 흘러내린 법의 자락 등이 석굴암 본존불을 닮았다 하여 미남불(美男佛)로 불린다.

벌써 경주를 떠난 지 100년 이상 세월이 흘렀다. 청와대 경내서만 80년을 보냈다. 그동안 변화무상한 권력을 묵묵히 지켜보았지만 존재 가치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다.

2018년에 와서 문화재청이 서울시 유형문화재에서 보물로 승격한 것이다. 통일신라시대 석불 중 보기 드물게 불상 전체가 온전히 보존돼 있고, 다른 불상에서는 찾기 힘든 사각형 대좌로 만들어져 통일신라 불상의 대표적 수작이라고 평가한 것이다. 경주시 도지동 이거사(移車寺)가 원출토지로 보고 있다. 최근 문화재청은 최초 출토지가 이거사로 확실시됨에 따라 불상의 경주이전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언이다. 일제 강점기에 함부로 옮겨진 불상이 100여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것만으로도 뜻 깊은 일이다.

/우정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