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구 논설위원
우정구 논설위원

연초부터 정국이 급변하는 분위기다. 지난주는 야당인 자유한국당의 현역의원 교체라는 핫 이슈가 정가의 화제였다. 혁신적 공천을 희망하는 지역민의 염원과는 다르게 TK의원들의 소극적 움직임이 눈총을 받는 시간이었다.

자유한국당 전국 당협위원장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무감사 결과가 공교롭게도 TK정치권의 약점을 건드렸다. 당무감사 결과 내용은 TK 현역의원 교체 요구가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는 TK 중진은 물론이고 초·재선 의원까지 100% 물갈이를 해도 될 만큼 교체 요구가 강렬했다는 내용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가뜩이나 불출마 요구로 불편해 왔던 TK의원들이 입장 표명도 제대로 못한 채 난처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TK 정치권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발표다” 등 반발도 했지만 어쨌든 변화를 요구하는 현실을 무게감 있게 받아들여야 했던 대목이다.

TK 현역의원 물갈이는 새해 초 주요 언론사 여론조사에서도 핫 이슈로 등장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 언론사 여론조사에서 현역의원의 물갈이는 매우 높은 호응도를 보인 것으로 조사돼 주목을 끌었다. 모 일간지의 경우 대구경북민의 60% 이상이 현역의원 교체를 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3개월 전 조사 때보다 교체지수가 더 높아진 것이 확인됐다. 지역민들은 시간이 갈수록 지역 현역의원 교체희망 요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일간지 여론조사에서도 TK지역 현역의원의 지지율이 전국 평균 지지율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한 일간지는 대구경북만 대상으로 총선관련 여론조사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도 지역민은 여야를 떠나 현역의원 교체를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그 방법으로 혁신적 공천을 1순위로 제시했다.

TK 현역의원의 물갈이가 전국적 관심으로 떠오른 배경은 대구가 보수정치의 심장인 데다 만약 이곳에서 물갈이론이 일어난다면 상당한 폭발력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에는 서울 정가에서도 TK 현역의 물갈이론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고 한다. TK 현역의원의 물갈이론은 이런 측면에서 앞으로도 전국적 관심 속에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은 박근혜 전 대통령 당시 가장 많은 혜택을 본 지역의 정치인이 먼저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한국당 TK 현역 의원의 불출마 선언자는 아직 아무도 없다.

TK지역은 한국당 안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고 안정적인 텃밭이다. 그럼에도 이 지역에서 인적 쇄신 요구가 가장 높게 나타난 것은 이례적일 수 있다.

그러나 따져보면 뻔한 답이다. 지역의원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표출이다. 문재인 정부의 거듭된 실정에도 TK의원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었다는 뜻이다. 국회의원으로서 역할은 고사하고 투쟁력조차 보이지 못한 것에 대한 지역민의 실망이 이렇게 되돌아온 것이다. 이에 대해 TK의원 나름의 항변도 할 수 있겠으나 각성도 있어야 할 부분이다.

모 일간지 조사에서 지지정당이 없거나 모른다는 사람이 대구경북에서만 30%를 넘겨 자유한국당 지지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이 무당층은 지역의 정서를 고려해 본다면 한국당의 역할에 따라 몰릴 수도 있고 떠날 수도 있는 표다. 한국당은 지지한다. 하지만 지금의 인물에게는 표를 줄 수 없다는 여론조사 결과와 맞물려 생각해볼 무당층 비율이다. 여차하면 표심이 바뀔 수 있다는 것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