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렬
전 대구 수성구청장

김형렬전 대구 수성구청장
김형렬전 대구 수성구청장

문재인 정권 5년 임기 반환점을 돌았다. 2년 반 동안 너무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집권진영은 전광석화처럼 사회 구석구석을 편 갈랐고, 그 흐름은 지금도 진행 중에 있다. 김정은의 평화쇼로 지방선거를 싹쓸이 했고, 무혐의로 판명난 공관병 갑질논란으로 군(軍)을 장악했다. 검경수사권 조정이란 당근으로 경찰력을 움켜쥐었고,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의 대법관 대거 기용으로 사법부마저 내편으로 만들었다.

서민생활과 밀접한 부동산대책은 또 어떠한가? 문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라고 자랑했으나 시장이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집값이 폭등하자 무려 18번이나 부동산대책을 냈다. 그 과정에서 집 없는 서민들은 전세 값 폭등이라는 계산서를 받아 놓고 있다.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란 북한의 비아냥을 귓전으로 들어야 했고, 한국형 원전 정지를 포함 통일·외교·국방·안보·교육 등 어디 성한 구석이 하나 없었다.

경제인들을 만나보면 현실을 더 직감할 수 있다.

사업을 키우기보다는 언제쯤 접을까를 고민하고 외국에 나가 새판을 벌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국가의 동력은 추락이 확연히 보이나 여론조사 결과는 현 집권층에 우호적으로 나온다. 그러니 국정지지 여론조사 결과도 못 믿겠다는 층이 늘어나고 있다. 2년 반 동안 정말 혼돈의 연속이었다.

정치란 국민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정치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형국이다. 이렇게 된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당연히 1차 책임은 현 집권층이다. 그렇다면 야당은 책임 없을까. 필자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도 면책될 수 없다고 본다. 솔직히 결코 자유스러울 수 없다. 며칠 전 자유한국당은 국회의원 108명으로는 숫적 열세로 이러한 폭거를 막지 못했다고 변명했고 의원직 총사퇴를 결의했다. 그리고선 21대 총선에선 현역의원 50% 물갈이를 하겠다고 했다. 현역의원 절반을 교체하려면 지금쯤 총선 불출마가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4월 총선에 안나오겠다고 한 의원은 9명이 고작이다. 더불어민주당 20명의 반도 안 되는 숫자다. 특히 가장 혜택을 많이 본 TK에서는 단 한건의 불출마 선언도 없다. 과연 국민이 자유한국당의 진정성을 믿어줄지 의아스럽다.

또한, 의원직 총사퇴까지 결의했지만 현 상황에 비추어보아 민주당과 문희상 국회의장이 사퇴처리를 받아 줄 리 없다. 약속대로라면 4월 총선까지 세비는 국고에 반납하는 것이 도리나 그렇게 할지도 의문스럽다.

자유한국당 TK 의원들을 만나보면 자기를 제외한 다른 의원의 불출마를 은근히 기대하는 모습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나만 금배지를 달면 그만이라는 생각일 뿐인 것이다.

대권프레임에 갇혀 자기희생의 의지는 없이 험지보다 양지를 찾으며 자유한국당 지도부를 연일 내부에서 총질하는 정치인을 보면 이게 썩은 보수의 현주소가 아닌가 싶다. 보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노력은 커녕 지도부 책임론에 자신의 정치적 재기의 기회로 활용하는 것을 국민들은 과연 모를까.

자유한국당이 보수의 중심 정당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선 자기 반성 위에 혁신을 거듭해야 함은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나름의 3가지 제안을 해보면, 첫째는 지도부가 책임지는 모습을 먼저 실천하라는 것이다.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총선 불출마선언부터 해야 한다.

나라가 이 지경에 처해있고 초대형 예산과 2대 악법 통과에 따른 것에 대해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국민도 자유한국당에 다시 한 번 관심을 가질 것이다. 책임지는 모습은 지도부 개개인의 험지 출마라는 정치적 꼼수가 되어서도 안 된다. 패배가능성이 높은 선거구에 출마함은 정적(政敵)들을 이롭게 할 것이고 조금이라도 승리 가능성이 있는 선거구에 출마함은 결코 물갈이대상 의원과 당협위원장에게 개혁공천을 이해, 설득시킬 수 없을 것이다.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 나경원 전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총선에 불출마하면서 상상을 초월한 개혁적인 공천을 단행하고 선대위원장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다해 총선결과로 향후 거취를 결정해야 할 것이다. 총선의 결과로 대권을 그려가야지 대권을 설정해 놓고 총선의 수(手)를 두어서는 안 된다.

둘째는 의원들도 자기희생적인 모습을 보여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로워진 모습으로 개혁공천을 실현해야하며, 칼질을 당하는 모습보다 총선불출마 선언으로 소아(小我)를 버리고 대의(大義)를 위해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의원 개개인의 자기희생적인 용단을 보여주는 의원이 줄을 설 때 중도의 국민까지 관심을 보일 것이다. 지켜야 할 것이 의원 배지가 아니고 보수의 재건이라면 진정성을 먼저 보여 주어야 한다.

의원직 사퇴와 같은 구태의 코스프레말고 총선 불출마선언부터 하는 것이 순서다. 그리고 총선 불출마의원은 비례자유한국당의 산파가 되고 비례자유한국당 후보는 청년·여성·장애인 등 소수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으로 공천이 되어야 한다. 비례의석을 지역구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의 활로로 삼는 정치적 꼼수를 둔다면 치명적인 악수가 될 뿐이다. 잘리기 전 먼저 던져야 명분이라도 얻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버티면 실리도 명분도 모두 잃을 뿐이다.

셋째는 보수통합의 헛된 꿈에 힘 빼지 말고 웰빙정당의 체질부터 혁신하라는 것이다. 현명한 국민은 그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범보수 통합이 쉽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실제로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60% 이상의 국민들이 보수통합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총선, 대선의 계산법이 서로 다르고 자기희생의 의지가 없기에 통합은 어려운 것이다. 통합이 된다 하더라도 물갈이 없는 보수통합, 새누리당 의원이 다시 합치는 양적 통합이라면 국민의 박수를 못 받는다.

통합을 위한 시간도, 의지도 없기에 보수통합은 이루어진다고 해도 총선 이후라야 가능할 것이다. 4+1협의체가 만들어 놓은 선거법의 필연적 결과로 예상되는 다자구도의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선 총선시 보수후보 단일화를 추진하되 개혁적인 공천과 변화와 혁신으로 체질을 혁신해 간다면 국민들은 자유한국당을 보수의 새 중심으로 다시 한 번 선택할 것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정권심판론보다 양당심판론이 우세하고 여당 심판론보다 야당 심판론이 강하게 나타난 것은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정당들은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국민에게 찍어달라고 구걸하지 말고 국민이 찍어주고 싶도록 행동하라는 것이다.

오는 4월 15일. 이날은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린 선거일이다. 국민들은 그간 지켜보며 판단한 상황에다 지금부터 선거 때까지의 변화, 다시말해 여야 중 누가 국가를 잘 이끌고 갈 것인지를 눈여겨보며 주권을 맡길 것이다.

야당의 몫을 다하려면 자유한국당은 완전한 환골탈태의 모습으로 등장해야 이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