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4월 15일 총선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보수 정당의 통합 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보수 통합을 위한 혁신 통합 추진위원회가 통합의 대원칙에는 합의했기 때문이다. 통추위에 참여한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대표도 보수 재건 3원칙에는 동의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황교안 대표가 이 원칙을 수용했는지는 아직도 분명치 않다. 자유한국당, 새보수당, 우리공화당, 안철수계는 과연 대통합 신당을 창당할 것인가. 유승민의 보수 재건 3원칙을 통해 통합과정의 딜레마를 검토해 보기로 하자.

새보수당의 유승민은 이미 ‘탄핵의 강을 건너 보수를 개혁하여 새집을 짓자’는 3원칙을 제시하였다. 그의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주장은 탄핵에 관한 책임을 이제 묻어 두자는 것이다. 사실 새보수당 의원 8명은 당내의 비박계와 함께 박근혜 탄핵을 지지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우리공화당은 일찍부터 탄핵에 반대하고 그들과는 당을 함께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다.

대통령 탄핵 시 총리였던 황교안 대표로서는 이 문제를 섣불리 다루기 어렵다. 자칫 탄핵문제 제기는 당의 내홍을 초래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번 통추위에서는 탄핵문제가 총선의 장애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에 합의하여 통합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두번째의 ‘보수개혁’은 명분상으로는 합의하기 쉬운 전제이다. 보수 개혁은 불가피한 시대적 소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 진영 내에도 강경보수와 온건보수, 중도보수라는 입장에 따라 개혁의 범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우리공화당은 보수 강경입장에서 박근혜 탄핵비판에 당 존립근거를 두었다. 한편 새보수당은 중도 보수층까지 포괄하는 보수 개혁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이 문제는 보수 정당의 정체성 문제로 연결된다.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는 ‘보수 개혁’은 형식적 봉합과정을 거치면서 해결될 수도 있다.

세번째 원칙은 기존 당을 해체하여 새집을 짓자는 입장이다. 한국당도 신당 창당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고, 새보수당도 협상용 신당 창설을 마친 상태이다. 그러나 보수 정당의 새 집이라는 신당 창당 과정에는 상당한 진통이 따르기 마련이다. 헤쳐모여식 신당 창당이나 빅텐트 설치는 항상 당의 헤게모니 문제가 대두되기 때문이다. 과거 합당이나 통합신당이 실패한 주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새 집의 규모와 당직 배분, 공천권 문제의 갈등은 신당 창당을 어렵게 하는 최종적인 딜레마이다.

이 점들을 두루 감안할 때 보수 대통합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아직도 대통합의 원칙에는 동의했지만 각론에는 차이가 많다. 그러므로 대통합을 위한 협상과정에는 상당한 갈등과 진통이 예상 된다. 이러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협상 당사자들의 통 큰 결단이 요구된다. 정파 지도자들의 기득권 포기 없이는 대통합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더구나 이번 개정 준연동형 선거법은 소수 정당의 이익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다. 그것이 대통합 신당 창설의 장애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보수 신당 통합과정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