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주도한 전격적인 검찰 고위급 인사가 무수한 뒷말을 낳고 있다.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수사에 주저함이 없던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을 모조리 잘라낸 이번 인사는 형식과 내용 모두가 전례 없는 파격이라는 점에서 논란거리다. 권력에 휘둘리지 않는 검찰이라는 ‘검찰개혁 제1원칙’을 파괴한 이번 인사는 명분도 정당성도 미미하다. 국익을 위해서 무슨 도움이 되는지 청와대와 법무부의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검사장급 이상 32명에 대한 이번 인사에서 윤 총장의 참모들 모두가 전보 발령돼 ‘학살’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해 온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지휘한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지방으로 전보됐다.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에 정권이 노골적으로 브레이크를 잡은 셈이다.

정치적인 상황에서 이번 인사 단행은 충분히 예고된 일이긴 하다. 그러나 인사 작업을 주도한 책임자들이 일제히 검찰의 수사 대상이고, 인사 결정 과정에서 검찰총장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큰 논란거리를 남겼다.

추 장관은 과거 장관들과 달리 윤 총장의 인사 의견을 듣기 위한 별도 만남을 갖지 않았다. 특히 검찰인사위원회 시작 30분 전까지 법무부로 오라고 호출하는 등 치졸한 행태를 보인 점은 실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4년 노무현 정부에서 처음 시행돼 지켜오던 전통과 관련 검찰법까지 무시한 것을 보면 ‘현 정권 수사 무력화’라는 목표가 발등에 떨어진 화급한 불이라는 여권의 인식을 반증한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검찰 인사 뒤 대검 간부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나도 내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테니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열심히 해달라”고 격려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출범과 함께 이뤄진 적폐청산 때 피의자 신분의 전직 장군과 검사·변호사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도 “수사를 멈출 수 없다”고 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 떠오른다. 상상을 뛰어넘는 이번 사태가 훗날에는 나라의 미래를 위한 또 하나의 성장통이었다고 기록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