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브루스 스코틀랜드 왕은 용맹하고 현명했으나 영국과 전쟁에서 여섯 번이나 패해 군사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숲 속에 몸을 숨기는 처지였습니다.

비 오는 날, 브루스는 초라한 오두막에 누워 비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이제 더 이상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생각에 젖어 모두 내려놓고 투항할 마음을 먹습니다.

그때 브루스 왕은 우연히 거미가 줄을 치는 것을 목격하지요. 거미는 한 기둥에서 다른 기둥으로 거미줄을 보내려고 했지만 여섯 번이나 거미줄이 짧아 실패합니다.

지켜만 보던 브루스는 말합니다.

“쯧쯧, 여섯 번이나 싸움에 지고 이렇게 도망쳐 온 내 처지나 여섯 번 실패한 네 처지나 다를 바가 없구나…”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거미는 브루스의 푸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가느다란 줄을 뽑아 내어 일곱 번째 도전할 준비를 합니다. 브루스는 본인의 처지는 까맣게 잊은 채 거미가 가느다란 줄에 매달려 흔들리는 모습을 지켜보다 마침내 줄을 건너편 기둥에 걸쳐 놓은 것을 보고 “바로 저거다!” 소리 지르며 용기를 얻습니다.

“여섯 번 해서 안 되면 일곱 번하고, 일곱 번 해서 안 되면 여덟 번, 아홉 번 계속해서 하는 거다. 그러면 언젠가는 틀림없이 성공할 것이다.”

브루스는 그 길로 산을 내려가 스코틀랜드 군사들을 다시 모았습니다.

“나의 병사들이여! 지금 영국군은 승리에 도취해 긴장을 풀고 있다. 이때 쳐들어가면 승리할 것이다.” 그들은 무서운 기세로 영국군을 무찔렀습니다. 마침내 스코틀랜드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었지요.

혹독한 시련을 겪으면 대개 사람들은 남 탓을 하거나 합리적인 핑계를 대며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록 사방이 캄캄한 어둠에 잠겨 있어도 브루스 왕에게 거미가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온 것처럼 우리에게 다가오는 소망의 빛을 놓치지 않는 2020년이기를 기도합니다. /인문고전독서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