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총선을 앞두고 보수야당의 최대 승부수인 보수통합 논의가 출발부터 삐걱대고 있다. 보수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논의체인 이른바 ‘통합추진위원회’(통추위)가 새보수당이 불참하는 등 불완전한 모양새로 출발하게 됐기 때문이다. 일단 보수통합 논의는 보수진영 인사들이 참여하는 국민통합연대의 통추위가 중심 역할을 맡게 된다.

국민통합연대가 지난 7일 중도·보수 대통합을 위한 정당·시민사회단체 대표자 연석회의에서 통추위 구성을 공식 제안하고, 보수진영 정당 및 단체들이 참여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자유한국당 박완수 사무총장은 8일 “참여자의 일원으로서 통추위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래를 향한 전진 4.0’(전진당)의 창당을 주도하는 이언주 의원도 통추위 참여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보수통합의 한 축으로 꼽히는 새로운보수당이 통추위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국민통합연대가 제안한 통추위는 ‘반쪽’으로 출발할 가능성이 크다. 새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묻지마 통합’이 아니라 원칙에 입각해 개혁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더 큰 통합”이라며 “새보수당을 중심으로 ‘혁신통합추진위’(혁통추)를 구성해나갈 것”이라고 사실상 국민통합연대의 통추위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따라서 한국당은 통추위에 참여하는 동시에 새보수당과의 물밑 접촉을 통해 ‘큰 통합’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새보수당 역시 한국당과의 통합 논의의 문은 열어놓은 상태지만 논의는 그리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국당과 새보수당 양측의 통합논의가 상당한 괴리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수통합 논의의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새보수당 하태경 책임대표의 전날 회동은 오히려 새보수당 측이 한국당의 통합 진정성을 의심하는 자리가 됐다는 평가다.

황 대표가 하 대표를 만나 새보수당이 요구해온 ‘보수재건 3원칙’을 수용할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당내 반발에 부딪혀 이를 접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양측의 견해가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당장 새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인 유승민<사진> 의원은 이날 당 회의에서 “보수재건 3원칙을 배척하는, 부정하는 세력과는 손을 잡을 수 없다”며 한국당의 3원칙 수용을 거듭 압박했다. 하 대표 역시 “황 대표는 보수재건 3원칙에 의기투합해 개혁적 보수통합 열차를 탈 것이냐, 아니면 반개혁 반통합의 열차를 타고 보수 자멸의 길로 갈 것이냐를 결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 대표가 새보수당과의 통합 논의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자 한국당 내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당의 한 의원은 “적어도 충청권 이북에서는 황 대표의 우유부단함에 실망했을 것”이라며 “새보수당과의 통합도 못 하면 호남 기반에 더 중도지향적인 안철수계와 어떻게 통합하나”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엇박자에 대해 한국당은 통합 과정에서 불거질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진통으로 보고, 통합 논의를 다각도로 진행하면서 동시에 자체 총선 준비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박 사무총장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보수통합과 총선 준비를 ‘투트랙’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 공천을 좌우할 공천관리위원장 선임 작업도 서두르고 있다. 공관위원장 추천위원장을 맡은 조경태 최고위원은 “공관위원장 후보를 2∼3명으로 추린 상황”이라며 “내일 회의를 통해 더 추려보고 필요할 경우 단수로 추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번 주 공관위원장 추천에 이어 내주중 임명을 통해 공관위를 출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당은 공관위원장 외에도 개혁적인 외부 인사들로 공관위를 꾸린다는 방침이다. /김진호기자 kjh@kbmaeil.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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