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니는 평~생 미용해서 먹고살 팔자 같다.”

칭찬처럼 들리는가? 어떤 이에게는 심드렁하니 들릴 수도 있는 이 말 한 마디가 경북 구미의 열일곱 살 고1 중퇴생의 삶을 바꿔 놓았다. 어쩌면 칭찬 같지도 않은 미용실 원장의 칭찬이 아버지의 매질에 소매치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소녀를, 척박한 삶을 살아가는 청소년 100여 명의 어머니이자 걸그룹 멤버의 ‘금수저’ 엄마로 만든 것이다. 유명 아이돌그룹 AOA의 멤버 찬미의 어머니 임천숙씨의 이야기이다. 열흘 전 쯤 어느 일간지 실린 임천숙씨의 인터뷰 기사는 팍팍한 연말연시를 환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2002년에 미국에서 ‘Whale Done!’이라는 책이 출판됐다. ‘Whale Done!’을 우리말로 해석하기는 쉽지 않다. ‘well done’(잘 했어)과 비슷하게 발음되는 이 책제목을 굳이 직역하면 ‘고래가 해냈어!’쯤 될까? 이 책은 2003년 1월에 한국에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판됐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니! 참 잘 지은 번역 제목이다. 이 문장은 마치 오래전부터 있던 속담처럼 퍼져나갔다. 책은 읽지 않았어도 이 말을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칭찬에 목말라 한다. 나는 아니라고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땅에 칭찬이 귀하디 귀하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듯, 오랜 달리기 끝에 물 한 모금을 구하듯, 칭찬을 찾아 헤매지만 나남 없이 칭찬을 듣기 어렵다. 반면에 갈등과 질시와 반목과 비방은 곳곳에 널려 있다. 건전한 비판을 잃어서는 안 되지만 내 편과 남의 편을 너무도 확연히 가르고, 있는 잘못 없는 죄 찾아 상대방을 발가벗기기에 애쓰는 것이 이즈음 대한민국의 세태요 현실이다. 여와 야가, 진보와 보수가, 경영진과 노동자가, 경상도와 전라도가, 남과 여가 칼날을 벼리고 주먹을 겨누고 등을 돌리고 있지 않은가. 잘잘못을 가리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옳고 그름은 밝히고 죄는 벌하되, 거기까지이다. 이제는 참회하고 용서하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경자년 쥐의 해가 밝았다. 하느님의 문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가는 소의 머리 위에 올라타 있다가 문 앞에 이르러 냉큼 뛰어내려 1등을 훔친 쥐의 행위를 약삭빠르다고 욕하고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쥐해가 되면 이것이 슬기로운 행동으로 해석된다. 쥐해가 되면 양식을 축내며 구멍 속으로 도망 다니는 쥐를 부지런하다고 칭찬하고, 그 번식력을 칭송한다. 뚱뚱하다고 게걸스럽다고 돼지를 욕하다가도 돼지해가 되면 다산의 상징으로 풍요의 모델로 추켜세워 주는 것이 해를 이어 열두 동물을 맞이하는 우리들 칭찬과 긍정의 모습 아닌가. 지난해도 그랬고 내년도 그럴 것이다.

이 칼럼 집필 제의를 오랫동안 고사했다. 그러다 추천하시는 분의 칭찬과 격려에 결국은 손을 들면서 말했다. “저는 고래가 아니라 쥐과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칭찬에 숨을 구멍을 먼저 찾습니다.”

상대방이 쥐구멍을 찾을지언정 올해는 열심히 칭찬거리를 찾아서 우리 곁에 있는 사람들을 세워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