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양 희

별종 금붕어는 가고, 놈은 혼자 남아 푸른 이끼가 끼인 돌절구 밑바닥에 얌전히 살아 있다. 먹이를 줄 때면 잠시 떠올라 뻐금거리다가 다시 죽은 듯이 살아있다. 그러나 조용한 밤이면 가끔씩, 세차게 물을 가르며 몸 움직이는 소리 들려온다. 살아있음을 확인해 보는 걸까? 외로움의 무게를 떨어버리고 싶은 걸까? 그때마다 나도 축 늘어진 내 지느러미를 힘껏 움직여본다. 그런 나를 훔쳐보며 놈은 푸른 이끼에 배를 깔고 얌전히 살아 있다.

고운 빛깔과 나풀거리는 지느러미를 가진 금붕어들이 돌절구 속에 갇혀 애환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인은 그 금붕어들을 보면서 돌절구 같은 한계에 갇혀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생각하고 있다. 우리네 한 생도 사람의 여러 굴레와 한계에 갇힌 운명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돌절구 속 금붕어들은 우리 현대인들의 서글픈 초상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