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남성 행복지수 퇴직 후 급락모임 부담스럽소 가족 눈치 보여
퇴직 후 월소득 대폭 줄었지만
지출은 큰 차이 없어 경제 부담도
극단적 선택 시도 경우도 있어
적극적 심리상담 서비스 절실

#1. 퇴직을 일주일 앞둔 소방관 A씨는 요즘들어 사소한 일에도 눈물이 흐른다. 험난한 화재현장을 누비면서 숱한 어려움을 극복한 A씨지만, 막상 일터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허탈감과 막막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소방관련 자격증이 있지만, 본격적으로 퇴직 후 일을 하려하니 자리를 구하는 방법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도 낯설기만 하다.

#2. 퇴직을 한 지 1년여가 지난 B씨는 요즘들어 ‘방콕’생활을 하고 있다.

직장에 충실한 나머지 학창시절 친구들과 연락이 끊긴지는 오래고, 회사동료들도 하나둘씩 떠나고 있다. 최근들어 우울감이 심해져 가족간의 말다툼도 빈번해지고 있다.

사회생활을 끝마치는 퇴직 예정자들과 퇴직자들의 시름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오랜 세월동안 직장생활과 가족부양에 모든 삶은 바쳤던 가장들이 막상 퇴직을 하고나서 무기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갑작스런 상실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정부 차원에서 퇴직대상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심리상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와 라이나전성기재단 등이 공동으로 진행한 ‘대한민국 중년 퇴직 후 라이프스타일’연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퇴직자들의 행복지수는 퇴직 직후 상실감과 혼란 때문에 급격히 떨어졌다가 시간이 지나서야 점차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퇴직 전후를 비교한 행복지수는 여성퇴직자가 62.3점(퇴직 이전)에서 66.7점(최직 이후)으로 높아지는 반면, 남성은 오히며 69.1점에서 64.7점으로 떨어져 퇴직 이후 행복도가 더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퇴직 후 생활변화를 묻는 질문에 대해 남성은 여성에 비해 ‘모임에 나가는 것이 부담스럽다’, ‘명함이 없어서 아쉬울 때가 있다’, ‘가족의 눈치를 보게 됐다’는 응답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퇴직 후 경제적 부담도 지속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직 후 평균 월 소득은 284만원으로 퇴직 전에 비해 199만원 감소했지만, 월 지출은 201만원으로 퇴직 전에 비해 65만원 감소하는 데 그쳤다.

퇴직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어 대안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KT노동인권센터에 따르면 ‘인력퇴출 프로그램’을 가동한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해 2017년까지 사망직원이 급증했다. 총 사망자는 439명이었는데 사망 원인별로 보면 돌연사가 128명, 극단적 선택이 41명으로 파악됐다. 60세 이하 명예퇴직 후 사망자도 2006년 8명에서부터 2017년 24명까지 꾸준히 늘었다.

이처럼 심각해지고 있는 퇴직자에 대한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기존의 퇴직급여 지급 등 비용적인 지원에 국한하지 않고 ‘다가가는 형태’의 심리적 지원제도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심리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한 전문가는 “고용노동부에서 근로자 및 퇴직자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등을 지원하고 있지만, 홍보가 부족해 사설 심리상담센터를 찾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퇴직자 C씨는 “퇴직 시 회사에서 직접 심리상담제도가 마련돼 있다는 내용을 각 퇴직자들에게 전달하는 등 적극적인 알림 루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황영우기자 hy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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