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신년교례회가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어제도 두 곳이나 다녀왔다. 선거의 해인지라 참석자도 많고 열기도 뜨겁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십시오’라는 덕담이 오가기 마련이다. 우리 모두가 건강 상식 때문인지 의료보험 덕인지 주변에 장수하는 사람이 많다. 주변 지인의 모친은 105세를 넘기고 있다. 1920년 생 김형석 교수는 올해 100세, 송해 선생은 93세이다. 단순히 연세만 많은 것이 아니라 아직도 두 분 다 열심히 뛰는 현역이다.

김형석 교수님, 아직도 그는 신문 글을 쓸 뿐 아니라 전국을 누비며 특강을 하신다. 나도 매주 그의 100세 일기를 읽고 있다. 아직도 젊은이 못지 않은 의욕이 넘쳐나 부럽기까지 하다. 내가 김형석 선생을 처음 뵌 지는 50여 년이 훨씬 지났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우리는 학교 대강당에 모여 그의 특강을 들었다. 당시 텔레비전이 없던 시절 연세대 철학 교수 김형석 교수 강의를 직접 들은 것이다. 카랑 카랑한 목소리와 유머가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나는 후일 그의 수필집 여러 권을 구해 밤새워 읽은 적이 있다. 며칠 전 그가 강원도 양구에서 지난해 마지막 특강을 했다는 기사도 보았다.

송해 선생의 대중적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일요일의 남자 송해의 ‘전국노래자랑’은 시청률이 매우 높은 프로이다. 지난해 대구의 송해 공원을 아내와 함께 찾은 적이 있다. 옥연지를 가로 지르는 다리 위 팔각정 아래 송해의 빛바랜 사진들을 보았다. 송해 공원 인근 마을이 그의 처가 곳이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는 불행히도 사랑하는 아들과 아내를 먼저 저 세상으로 보냈다. 인간적인 불행을 딛고 그는 아직도 유쾌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가 갑자기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가 쾌유하여 다시 전국을 누비기를 바란다.

새해 아침 이 분들의 장수 비결을 생각해 본다. 무엇보다도 두 분 다 90넘어까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한다는 점이다. 김형석 교수는 평생의 업인 강의를 통해, 송해 선생은 노래자랑을 통해 하시고 있다. 요즘은 건강에 관한 정보가 지나치게 넘쳐나고 있다. 한 가지 공통점은 스트레스가 건강의 적이라는 점이다. 두 분 다 자신의 일을 통해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고 있다. 김형석 선생의 글에는 항상 위트와 유머가 넘쳐난다. 송해 선생의 말에는 아직도 유머가 곳곳에 배어 있다.

두 분 다 고향을 떠난 실향민이다. 김형석은 평양 대동 출신이고 송해는 해주 출신이다. 실향민으로 이 땅에 정착키 위해 산전수전 다 겪은 분이다. 두 분 다 고난 속에서도 도전적인 삶을 살아오신 분이다. 그것 역시 장수의 또 다른 비결인지 모른다.

내 친구 중에는 나이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체면을 중시여기는 분이 많다. 어딜 가나 노인 행세를 하려고 한다. 내가 존경하는 K선생은 94세인데도 아직도 학술 강연에 열심히 참여한다. 지난해 주변 만류를 뿌리치고 연해주 항일 탐방까지 다녀왔다. 어느 분이 더 장수할 것인가. 독자 여러분의 건강을 기원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