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 건강이 삶이다

88세 보디빌더인 이석수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가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했다. /이바름기자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평균수명보다 건강수명이라는 단어를 더 중요시한다. 건강수명은 평균수명에서 질병으로 인해 몸이 아픈 기간을 제외한 수명을 뜻한다. ‘건강한 상태’의 몸으로 살 수 있는 수명이다. ‘웰빙(Well-Being)’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대한민국 국민들의 건강수명은 지난해 기준 64.4년이다. 평균수명인 82.7세와 비교하면, 국민들은 20년 가까이 질병을 달고 살아가는 셈이다. 특히, 평균수명이 계속해서 늘고 있는 반면, 건강수명은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닌,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 모델로 ‘기대수명 100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내 주변 이웃들의 건강한 삶을 연중기획으로 소개한다.

 

이석수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
어렸을 땐 천성적 약체였지만
단련으로 젊은이 못잖은 체력
전국 보디빌딩대회 다수 수상
운동 대원칙엔 부지런함 꼽아

“운동은 지금 내 삶의 원동력이 됐다. 꾸준하게 운동하다보니 이 나이를 먹고서도 건강하게 사는 것 아니겠나”

일제의 서슬이 시퍼렇던 1933년에 태어나 갖은 핍박을 견디고서 광복의 순간을 온몸으로 맞이했고,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부터 ‘한강의 기적’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했다. 경북도 초대 정무부지사를 비롯 학도의용군 경북지부장, 지역 원로모임인 해맞이회 회장, 재경포항향우회 고문 등 이석수 전 부지사를 표현하는 수식어는 많다.

최근들어 그를 부르는 수식어 중 가장 의미있는 말은 다름아닌 ‘몸짱’이다. 젊은 2030세대의 전유물이었던 ‘몸짱’이라는 수식어가 구순(九旬)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을 소개할 때 쓰인다는 게 어색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한 칭찬이 또 있을까. 그는 지난해 문경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19회 대한체육회장배 전국생활체육 보디빌딩대회 및 2019미스터경북선발대회에 참가해 60세 이상부문 3등과 특별공로상을 수상했다.

아들인 포항시체육회 이지성 사무국장의 권유로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하게 됐고, 당당히 수상자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전 부지사는 “운동은 평소에도 해 왔기 때문에 특별히 준비한 건 없었다. 단지 보디빌딩 자세를 연습하느라 진땀을 뺐다”고 웃었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씨름선수로 활동한 이력이 있다. 동지중학교 4학년(당시 18세) 때는 경북 대표 럭비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전 부지사는 “당시 몸무게가 76㎏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되게 무거운 무게였다”면서 “군대에 있을 때는 대구 2군사령부 내 씨름대회에서 우승도 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군 제대 이후 약혼녀를 만나러 놀러간 강릉에서 단오절 전국씨름대회에 출전해 깜짝 우승, 황소를 부상으로 탔지만 자신의 집이 아닌 처갓집에 가져다줬다는 일화는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유복한 가정에 태어났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천성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아니었다. “어렸을 때 원래 체력이 약했다”고 밝힌 그는 영유아기 때 곧 죽을 거 같아서 부모가 호적에 2년 동안 자신의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또 유행했던 홍진(홍역)으로 죽는 아이들도 많았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인 ‘석수(碩壽)’ 역시 부모가 ‘형산강변의 돌처럼 잘 자라라’는 의미에서 지었다고 귀띔했다. 그래서 더욱 운동과 건강에 집중했다.

황혼의 나이임에도 불구, 젊은이들 못지 않게 몸짱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에 대해 그는 역시나 꾸준한 운동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덕분에 노년의 나이에도 비오는 날 관절이 아프지도 않단다.

그는 여전히 지인들과 만나 땀흘리는 스포츠를 즐긴다. 허리디스크로 수술까지 받았는 데도 지인들과의 내기 골프에서 핸디캡까지 주고서 칠 정도다. 집에는 각종 헬스기구가 일반 가구보다 더 많을 정도로 꾸준히 자신의 신체를 가꾼다. 매일같이 아령을 들고, 일부러 시간을 내 동네를 한바퀴 걷는다. 어렸을 때 어른들에게 칭찬받기 위해, 단순한 취미와 승부욕으로 시작한 운동이 자신의 건강을 책임지는 ‘1등 공신’이 됐다고 털어놓았다.

이 전 부지사는 “운동은 대원칙이 부지런해야 한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운동하는 게 부지런한 게 아니라, 빠지지 않고서 제 시간에 매일 반복해서 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바름기자 bareum90@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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