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자년(庚子年) 새해, 21대 총선의 해가 밝았다. 우리는 지난 한 해 격랑의 국제정세에는 아랑곳없이 국론분열과 무한갈등 조장으로 나라를 극심한 혼란으로 몰아넣는 정치권의 무도함을 감내해야 했다. 국민이 오히려 정치를 걱정하는 일은 이제 온전히 일상화돼 버렸다.

비틀어진 정치와 망가진 경제로 인해 우리 사회는 불신의 지뢰밭, 험악한 격투기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정치권에 나타난 가장 심각한 왜곡은 당리당략에 빠진 졸속정치다. 대화와 타협, 양보와 상생이라는 참다운 미덕은 자취를 감추고 엇나간 다수결, 교졸한 꼼수가 난무한다.

정치권이 진흙탕 싸움을 지속하는 동안 우리 경제는 사뭇 먹구름 속에서 암담한 위축을 지속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성장률을 고작 1.4%, OECD 회원 36국 가운데 34위 최하위권으로 예측했다.

전문가들의 지혜를 무시하고, 사사건건 정쟁의 뻘밭에서 멱살 잡고 나뒹굴기만 하는 구태의연한 정치풍토는 천문학적인 국력 손실을 빚고 있다. 섣부른 정책들은 민생을 날로 피폐하게 만들고 지도자들의 ‘갈등 선동’ 정치행태로 말미암아 국제무대에서의 경쟁력 또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온 국민에게 희망을 주었던 ‘한반도 평화’를 위한 장밋빛 시나리오는 아직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북한의 핵폭탄을 머리에 이고 위태로이 사는 참담을 벗어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이 결실을 보기에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권력을 효과적으로 견제하고 균형을 바로잡아주어야 할 야권은 또 어떤가.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기는커녕 소탐대실의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오랜 시간 사분오열 중이다. 정말 위험한 것은 관용도 사랑도 없는 아전인수의 ‘정의(正義)’ 공방으로 우리 사회가 오직 남의 약점만 들춰내는 ‘혐오 사회’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뒤틀리고 비뚤어진 정치를 바로 잡을 길은 이제 주권자인 국민의 용단밖에 없다. 유권자들이 나서서 사리사욕 당리당략에 중독된 정치꾼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한다. 여야를 막론하고 대한민국호를 이토록 표류하게 하는 위정자들의 무능과 과욕들은 건강한 민심의 그물로 철저히 걸러내야 한다.

우리는 할 수 있다. 일체의 선입관을 버리고 투명한 눈으로 미래를 바라보자. 반만년 우리 역사가 그랬듯, 깨어있는 민중의 힘으로 기울어가는 나라를 바로잡자. 경자년 새해를 맞아 유권자 혁명, 국민의 기적을 기어이 이룩해 통합과 상생의 나라를 가꾸어내자. 좀처럼 그 결과를 점치기 어려운 혼돈의 쓰나미가 저만큼 밀려오는데, 이대로 손을 놓을 수는 없지 않은가.

/안재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