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경북 ‘4·13 총선’ 전망
한국당 ‘보수통합’ 총론엔 공감, 각론 들어가면 이견
공천 인적쇄신 놓고도 ‘묻지마식’ 강행 땐 역풍 우려
민주당, 대구수성갑·북을과 포항·구미서 선전 기대

오는 4월 15일 치러지는 제 21대 국회의원 선거는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기선을 제압할 수 있는 기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으로선 야당 텃밭인 대구·경북(TK) 전 지역이 ‘험지’다. 물론 민주당 대권 후보로 분류되는 김부겸(대구 수성갑)의원과 홍의락(대구 북을) 의원이 20대 총선에서 당선되면서 TK지역에 바람을 일으키며 입지를 굳혔지만 자유한국당은 인적쇄신, 정부 여당의 TK패싱론 등을 앞세워 ‘25(경북 13석, 대구 12석) 대 0’의 구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에 맞선 여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장세용 구미시장 당선, 광역 의원, 기초 의원 등을 두루 배출하면서 TK지역에서 가능성을 확인했고 이를 발판삼아 현역 비례대표 의원인 김현권(구미을 지역위원장) 의원, 청와대 인사 등을 앞세워 총선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새로운보수당 간판으로 총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바른미래당 유승민(대구 동을) 의원도 지역구 출마와 동시에 경쟁력 있는 인물론을 통해 TK지역에서 대권 가도를 닦으려 노력한다. 우리공화당 조원진(대구 달서병) 대표도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올해 TK지역 총선은 가장 치열한 격전지 중 한 곳이라 할 수 있다.

□한국당 TK 전 지역 석권 구도 만들어질까

한국당은 보수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TK지역에서 전 선거구 석권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비록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유승민, 조원진 의원이 탈당해 보수진영이 분열된 상태이지만 제1야당으로서 TK지역을 아무도 넘볼 수 없는 확실한 텃밭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당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대구 수성갑 탈환 여부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의 지역구에 도전장을 낸 한국당 예비후보는 김현익·정상환 변호사, 정순천 자유한국당 수성갑 당협위원장, 이진훈 전 수성구청장 정도다. 한국당 의원들 사이에서 “‘조국 정국’ 당시 김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지지나 비판 같은 명확한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 심지어 행정안전부 장관 당시 TK지역을 챙기지 않았다는 비판 때문에 운신의 폭이 좁아진 상태”라고 말한다. 김 의원 역시 “민심이 사납다”고 말할 정도다. 그 여파는 자연스레 같은당 홍의락 의원에게 이어지고 있다. 더구나 장세용 구미시장에 대한 TK민심도 좋지 않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런 점에서 한국당에서 당초 대선 후보급 인물을 후보로 내세워 김 의원의 인지도를 높여주는 것보다 ‘지역 일꾼’을 뽑아도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당은 TK지역에서 민주당 후보들은 위협적이지 않다고 자신한다.

그러나 보수통합 여부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유승민 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새로운보수당, 조원진 의원의 우리공화당 등 보수정당이 TK공략에 나서고 있다. 유 의원은 대구동을 출마와 함께 새보수당 대구시당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조 의원은 TK지역 전현직 의원들을 영입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한국당의 TK지역 완승 조건은 보수통합 여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 한국당 TK의원들은 “보수통합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서는 입장이 크게 엇갈린다”며 보수통합이 쉽지 않다고 말한다. 유 의원은 △탄핵의 강을 건너자 △개혁보수로 나아가자 △낡은 집을 허물고 새 집을 짓자 등 보수통합 3대 원칙을 제시하며 “황교안 대표를 둘러싼 핵심당직자를 보면 전부 ‘도로친박당’이다. (보수통합을 위해)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제안에 정면 배치된다. 이는 탄핵의 역사를 아직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부정적 입장이다. 우리공화당 조 의원 역시 새로운보수당과 한국당이 통합한다면 통합열차에 오르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외부 환경도 한국당에 썩 좋지 않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수 비율을 현행(253석+47석·총 300석)대로 유지하고 비례대표 의석 가운데 30석만 연동형 비례대표제(연동률 50%)를 적용하도록 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보수통합 퍼즐을 맞추기가 더더욱 어려워졌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군소 정당에게 비례의석 수를 보장해주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주당 강세 지역에는 보수통합 대신 후보 단일화를 통해 반문연대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보수진영 후보 간의 후보단일화 등 반문연대가 형성되지 않을 경우 다자간 대결로 인해 TK지역 총선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 “보수일색 TK, 지역 구도 완화”

동진(東進)을 꿈꾸는 더불어민주당이 불모지인 TK(대구·경북) 공략에 총력을 기울일 태세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로 거론됐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총선 차출설이 나온 것도 TK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민주당의 의지 표명이란 게 정치권 해석이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경북 13개 대구 12개 지역구 중 각각 6명과 7명의 후보를 배출했다. 지방선거에서는 구미시장을 당선시키며 불모지인 TK지역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냈다. 여권은 이에 따라 전 지역에 후보군을 내겠다는 계획이다. 구미을 지역위원장인 김현권 의원을 비롯해 홍의락·김부겸 의원, 오중기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 허대만 경북도당위원장, 대구 달서을 출마를 준비 중인 허소 국민소통수석실 행정관, 대구 동갑 서재헌 부대변인, 대구 수성을 이상식 전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장, 대구 중·남 이재용 전 대구 남구청장, 대구 동을 이승천 전 국회의장 정무수석비서관 등 TK지역위원장들이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은 이에 따라 ‘한 번 해볼만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최소한 김부겸·홍의락 의원의 현 지역구 2곳은 ‘수성’이 무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젊은층 및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포항, 구미 등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한국당, 새보수당, 우리공화당 등으로 나뉜 보수 분열 구도가 내년 총선에서 이어질 경우 민주당에 반사이익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기반으로 TK지역에서 ‘2석+α’를 목표로 보수 아성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특히 TK지역에 인재 영입을 통해 동진 정책의 불을 지피겠다는 계산이다. 나아가 힘있는 여당의 이점을 살려 TK지역 예산 챙기기 등으로 TK민심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 전 실장이 구미 출마에 손사래를 치는 등 민주당이 공들였던 인사들 일부가 한국당으로 출마하면서 TK지역 영입 작업이 중지된 상태다. 뿐만 아니라 TK패싱론을 비롯해 조국 사태 등으로 인해 TK민심이 예전같지 않다는 점은 민주당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대선 주자, TK총선 결과 따라 명운 갈려

차기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민주당 김부겸 의원, 새보수당 유승민 의원, 대구 영남중·고를 다니며 대구와 인연을 맺으며 대구 출마 가능성이 거론되는 홍준표 전 대표는 TK지역에서 당선되느냐에 따라 향후 행보에 대한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는 청와대까지 탄탄대로를 놓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호랑이 등에서 내려와야 할 수도 있다.

민주당 김 의원으로선 대구 수성갑에서 당선되면 탄탄대로를 걸을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민주당 목표치인 2석+α의 성과를 올린다면 강력한 대권 후보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또 의미 있는 성적표를 거둘 시에도 여권 내 유일한 TK출신 대권 후보라는 이름표가 붙을 수 있다. 그러나 당선 실패 및 TK지역 전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면 치명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TK선거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TK선거 결과가 좋지 않으면 책임론에 휘말릴 가능성도 있다.

홍 전 대표는 TK지역에서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으나 당에서 공천을 줄 지 여부가 관건이다.

가장 곤혹스러운 사람은 새보수당 유 의원이다.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동을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보수통합이 되면 수도권 출마가 거론된다. 특히 보수통합을 하지 못하면 TK지역에서 배신자 프레임이 힘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신당을 창당하고 있는 만큼 수도권 선거도 챙겨야 한다. 그렇다고 TK지역을 손놓을 수도 없다. TK지역 총선 패배는 오로지 유 의원의 책임론으로 이어질 게 뻔하다. 특히 TK선거에서 일방적으로 밀린다면 그의 정치 생명도 위태로워진다.

□한국당, 20대 진박공천 파동 재현될까

이처럼 여야가 TK지역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는 가운데 TK지역의 최대 관심사는 한국당이 어떤 공천을 하느냐다. 한국당은 ‘현역의원 50% 교체’를 언급하며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시도할 계획이다. 30,40대 청년과 여성 등 정치신인에게 경선 시 최대 50%까지 높은 가산점을 주기로 한 것은 결국 3선 이상 중진을 인적쇄신하고, 그 자리에서 청년과 신인을 다수 포진시키겠다는 의도다. 한국당은 인적쇄신 자체가 곧 혁신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

이 기준에 따르면 TK지역에서 물갈이를 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인적쇄신을 추진하기는 어렵다. 다만 인적쇄신은 혁신의 좋은 명분이 되기도 하지만 묻지마식 인적쇄신으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한국당 관계자는 “계파, 당과 공천권자에 대한 충성도 등이 주요 기준이 됐기에 공천을 받은 이들은 다시 계파나 공천권자에 매몰되기 십상”이라고 경고했다.

내년 총선을 위한 한국당 TK지역 공천을 앞두고 온갖 살생부들이 나돌고 있다. 특히 20대 친박 공천으로 혜택을 본 인사들이 인적쇄신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20대 (총선에서) 친박 공천으로 혜택을 받으신 분들이 이번에는 불출마에 앞장을 서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지난번 국회의원 공천이 정상적인 게 아니었다”며 “그분들이 불출마하지 않으면 정의롭고 공정한 당이 되지 못한다. 그분들은 다소 억울하더라도 대의를 위해 물러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3선 이상, 고령인 의원들은 물갈이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반면, 출마자들은 자신과 황 대표의 인연이 깊다며 황교안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일련의 과정을 봤을 때 특정계파 인적쇄신 등 공천 기준도 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살생부 명단과 황교안 마케팅이 벌어지는 것은 한국당이 그만큼 건강하지 못하는 방증이다. 20대 진박공천 파동이 재현될 소지도 있다. 20대 총선 때 진박 감별사 등장 등으로 인해 진박 공천이 이뤄지면서 주호영, 유승민 의원이 무소속 출마해 당선됐던 것처럼 제2의 유승민·주호영이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옥석을 가려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일하지 않거나 지역 현안에 무관심하고, 도덕성에 문제가 있는 초선·중진은 인적쇄신해야 되지만 밥값하는 의원들은 살려야 한다는 게 TK지역 정가의 중론이다. 지역의 한 관계자는 “한국당이 제1야당으로서 공천기준을 잣대로 인적쇄신을 해야지 사심이 들어가거나 계파논리, 특정 인사와의 친분 등을 통해 공천을 시도할 경우 지난 20대 총선보다 더 큰 위기에 처할 것”이라며 한국당이 보수의 성지인 TK에서부터 외면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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