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끌던 지진특별법 국회 통과
李총리도 찾아 실질적 지원 약속
흥해 임시대피소에 아직 30여 명
영구적 이주대책 기대 부푼 꿈에

“올해보다 더 나은 경자년(庚子年)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올해도 참 다사다난(多事多難)했다. 한 해의 마지막 태양이 석양 너머로 사라질 때 흔히 나오는 표현이다. 다소 식상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11·15 포항지진 이재민들에게는 이 말이 더 깊이 다가온다. 포항지진을 지열발전소가 촉발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고, 며칠 전에는 포항지진특별법이 정국혼란 속에 가까스로 통과됐다. 포항지진이 한반도를 흔든 지 2년여가 흘렀지만, 여전히 진앙이었던 포항시 북구 흥해읍을 비롯한 인근지역의 생채기는 아물지 않고 있다. 복구되지 않아 기울고 부서진 건물이 아직도 불안한 모습으로 남아있고, 임시 지진대피소인 흥해실내체육관은 여전히 이재민들의 보금자리로 사용되고 있다.

흥해실내체육관에 남은 이재민은 30∼40명이다. 100여명이 생활하던 이곳은 포항시가 ‘지진 이재민 특별 이주대책’을 벌인 후 인원이 조금씩 줄어드는 상황이다. 62가구가 이주대상으로 선정됐고, 현재 23가구가 장량동 LH 1·5단지로 이주를 마쳤다. 이주를 희망하지 않거나 대상에서 제외된 이재민들은 임시 대피소에서 추운 겨울을 보내야 하지만, 부푼 희망을 안고 새해를 기다리고 있다. 포항지진특별법이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후 이낙연 국무총리가 실질적인 지원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임시 대피소를 찾은 이 총리는 “몇 달 안에 시행령이 만들어질 텐데, 물러날 날이 얼마 안 남았기에 시행령을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방향이라도 잡고 가고자 포항을 찾았다”면서 “특별법이 통과됐으니,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이재민들은 난과 허브 등 식물을 직접 가꾸며 힘겨운 생활을 이겨내고 있다. 최근 문을 연 지진트라우마센터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한미장관맨션 주민인 윤모(70)씨는 “최근 방문한 트라우마센터가 심리적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역할이 컸다”며 “이제 보금자리 문제만 해결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라고 말했다.

흥해체육관 이재민들은 새해를 맞아 영구적인 이재민 이주대책이 나오기를 염원하고 있다. 홍모(84·여)씨는 “나이만 젊으면 집에 대한 걱정을 한시름 놓을 텐데 노인이 된 지금 상황에서는 젊은 사람들처럼 일해서 집을 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2년간의 임대 이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영구적인 보금자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진특별법이 통과된 만큼 새해에는 이재민들과 지진피해를 입은 포항시민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올해 추운 겨울을 임시 대피소에서 보내야 하는 이재민들을 위해 전열기구 사용 등 생활여건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윤모(50·여)씨는 “곧 대피소를 떠나 LH 임대주택으로 이전하는 이재민들은 큰 걱정이 없겠지만, 남아있는 이재민들은 추위 속에서 겨울을 나야 하는 점이 가장 큰 걱정거리”라면서 “전열기구를 사용하지 못해서 지금도 핫팩 2∼3개로 밤새 추위와 싸우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시라기자

    이시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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