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경 조

새파란 싹 숨구멍 내주던 동구 밖 미나리꽝

철삿줄 박아 만든 앉은뱅이 그 썰매

작은 오빠 몰래 한 번만 타본다는 게 그만

얼음 구멍에 발목까지 빠졌으니

모닥불 피운 논둑에 모여 앉아

나일론 양말 말리다 보면

졸음에 겨워 스르르 눈 감겨도

신기하지, 불똥 맞은 내 양말

구멍구멍으로 돋아나던 하얀 별

별은 하늘에만 뜨는 줄 알았지

가슴에서부터 뜬다는 것 그때는 몰랐다

빌딩숲에서 밤하늘 올려다보며 문득, 드는 생각

양말 벗어 말리던 또래들 두 볼도 별, 하나

나무라지 않고 집으로 데려가던

커다란 오빠 손도 별, 하나

갓 지은 저녁밥 아랫목에 묻어두고

나를 찾아 나온 엄마 목소리도 별, 하나

지금 내 가슴에 박혀 있는 총총 그 별들은

세상으로 통과하는 숨구멍

동구 밖 미나리꽝에서 썰매를 타다 얼음구멍에 빠졌던 유년의 풋풋한 얘기를 들려주며 시인은 정겹고 눈물겨운 따스한 사람의 온기를 풀어내고 있다. 어린 시절 불똥 맞은 양말의 구멍마다 돋아나던 별을 떠올리며 지금도 세상과 시인을 소통시키는 통로같은 별이 가슴에 박혀있다고 고백하는 시인의 목소리가 따스하기 그지없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