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빛나는 문화와 풍요로운 경제력을 자랑했던 송나라 태조 조광윤은 백성을 위한 모범적인 정치를 위해 ‘언론으로 인해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하라’라는 유훈을 남겼다. 왕이 간신의 아첨에만 빠져 있으면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없으며 결국 망국으로 치닫는다. 귀에 거슬리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피해를 입게 되면 어느 누가 나라를 위해 바른 말을 하겠는가.

송 태조가 언로(言路)를 보호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었다.

조선의 건국 주체들의 생각엔 언로의 보장은 그들의 이상에 매우 적합한 제도였고 언관(言官)제도의 강화를 위해 왕명과 정책에 직접 간쟁을 담당하는 언론기관을 창설했으니 삼사(三司)로 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을 가리키는 말이다. 관료들은 이 삼사에서 관직생활하는 것을 영예로 여겼으며 이들의 주요 임무는 잘못되는 정치 전반에 걸친 비판적 기능을 수행하는 직책이었다.

따라서 이들의 힘이 강할 때는 왕권과 신권의 전제를 막았으나 이들의 힘이 약하거나 파벌에 의해 나눠질 때는 나라가 혼란스러웠다. 백관을 규찰하며 기강과 풍속을 바로잡고 억울한 일을 없애주는 일 등을 맡는 기관은 송나라나 고려에서 어사대가 그 역할을 하였는데 조선에서는 삼사 중 사헌부가 담당했다.

이 사헌부는 고위직의 직무를 감찰하고 공직기강을 바로 잡는 업무를 주로 하다 보니 먼저 본인들 부서 내부에서도 규율이 매우 엄격했으며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조정 신료들의 규율과 기강을 책임지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했던 만큼 스스로의 행동과 위계질서가 일종의 타의 모범이 되는 행동으로 여겼다. 왕에게 직언하며 고위관료들을 탄핵하고 견제하는 만큼, 왕이 파직 명령을 내리는 등 따위의 지위의 위태로움도 안고 있었다.

이런 위험 속에서도 잘못된 정치에는 목숨을 걸고 임금께 상소를 올리며 자신의 주관을 펼치는 청렴한 관료들이다 보니 그 위엄은 사뭇 대단했으며 정승을 꿈꾸는 자들에게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지금 국회는 본회의에 상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한 여야의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며 팽팽한 공방전을 초래했다. 이 공수처의 수사 대상은 대통령, 국회의원, 대법원장 및 대법관, 헌법재판소장과 헌법재판관, 국무총리와 국무총리 비서실 정무직 공무원 등이다.

결국 공수처는 입법 행정 사법을 초월하는 초헌법적 기구로 절대 권력을 가지게 된다.

더구나 대법원장, 공수처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며 수사기관이 고위공직자에 대한 혐의를 인지단계에서부터 공수처에 통보토록 한 새 조항의 도입은 더 이상 견제할 기관도 없는 무소불위의 괴물로 만든 것이다. 3권 분립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틀을 깨부순 이 공수처의 입김에서 모든 기관들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으며 사법부 역시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판결을 할 수 밖에 없게 되어 사법권의 독립은 사라질 것이다. 헌법 1조 1항에 명시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란 대한민국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